
리벨리온이 대규모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마무리하며 몸값 3조원대를 인정받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용에서 추론용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리벨리온이 국내 대표 AI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린다. 동시에 실제 양산과 수주, 매출로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최근 4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 프리IPO를 유치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국민성장펀드와 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이 주도했으며, 이번 라운드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23억4000만달러(3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2억5000만달러 규모 시리즈C를 마친 데 이어 최근 6개월간 조달한 자금만 6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누적 조달액은 8억5000만달러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를 단순한 대규모 자금 조달 이상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과 운용비 절감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추론 특화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리벨리온 역시 이번 투자 유치 발표에서 현 시점을 AI 추론 시장이 개화하는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리벨리온 몸값에는 SKT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말 합병을 통해 국내 최초 AI반도체 유니콘 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동시에 SKT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사피온 측 전략적 투자자와의 협업 기반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중동 사업 기반도 투자 포인트로 거론된다. 리벨리온은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와에드벤처스로부터 20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중동은 국가 주도 AI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는 지역으로, 리벨리온에는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사업 확장 거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향후 현지 고객사 발굴과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프리IPO에서 인정받은 몸값이 공모시장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리벨리온은 현재 주관사단과 기업실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관건은 실적이다. AI 반도체 기업 특성상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현재 기업가치를 시장에 설득하려면 실제 양산과 수주, 매출로 이어지는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한다. 프리IPO로 상장 전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앞으로는 성장 서사보다 고객 확보와 사업 성과로 몸값을 증명해야 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기업은 기술력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며 “실적과 고객 레퍼런스가 가시화될수록 현재 몸값에 대한 평가도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