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시장이 거대한 ‘여과기’로 변모하고 있다. 단순히 우량 기업을 따로 모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을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강제 퇴출 기제의 본격 가동을 앞뒀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상장폐지제도 개혁방안과 코스닥 시장 2부제 추진은 그간 ‘상장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안주해온 한계기업들에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이제 코스닥은 나눠놓기 식 분류를 넘어, 살릴 기업과 보낼 기업을 가르는 잔혹한 생존 게임의 장이 됐다.
핵심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로 대변되는 1부 리그 안착이 아니라, 그 아래에 놓인 일반 세그먼트 기업들의 운명이다. 현재 코스닥 글로벌 지수에 포함된 기업은 약 50여 개사에 불과하다. 시가총액과 수익성, 지배구조 등 까다로운 허들을 넘은 이들은 패시브 자금 유입의 수혜를 누리며 순항 중이다. 반면 1700개가 넘는 나머지 기업들에 닥친 현실은 냉혹하다. 거래소는 최근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신설하고, 부실기업의 개선기간을 기존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살릴 수 없는 기업이라면 시장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투자자에게 독이 된다는 논리다.
시장을 더 긴장시키는 대목은 시가총액 퇴출 기준의 상향이다. 7월부터 코스닥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 하한선이 200억원으로 높아지며, 내년에는 300억원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이 신설되면서, 시장에서는 최대 200여 개 기업이 퇴출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전처럼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으로 연명하며 주가를 부양하던 꼼수가 더는 통하지 않는 구조가 짜인 셈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아도 이러한 시장 재편을 통한 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TSE)다. TSE는 2022년 4월 기존 4개 시장 체제를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통폐합하며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이듬해엔 최상위 리그인 프라임 시장 상장사들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달성을 강력히 권고하는 등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퇴출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일본 증시는 고질적인 저평가에서 벗어나 닛케이 4만 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장사의 숫자보다 질에 집중한 결과다.
나스닥 역시 글로벌 셀렉트, 글로벌, 캐피털 마켓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운영하며,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30거래일 이상 지속하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이 이번에 도입한 동전주 퇴출제 역시 이러한 글로벌 기준에 발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코스닥 시장의 2부 리그 분류는 단순히 이름표를 새로 다는 작업이 아니다. 부실한 좀비 기업들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갉아먹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선언이다. 상장 폐지 절차의 효율화가 전제되지 않은 시장 분리는 무늬만 바뀐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들어오는 문인 기업공개만큼이나 나가는 문인 투자 회수 혹은 퇴출이 원활해야 한다. 거래소가 시뮬레이션한 대로 150~220여 개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단기간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잡초를 뽑지 않고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의 성공 여부는 ‘누구를 남기느냐’보다 ‘누구를 보낼 수 있느냐’는 결단에 달려 있다. 코스닥의 리그 분류가 무늬만 개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하위 리그에 들이댈 구조조정의 칼날이 결코 무뎌져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