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그런데 지금 추진되는 개편안은 채권 상한액을 인근 시세 대비 100% 미만으로 두는 방향이다. 사실상 예전처럼 ‘일부 환수’가 아니라, 시세차익 대부분을 공공이 가져가는 구조로 읽힌다. 로또를 없앤다기보다, 당첨자가 가질 몫까지 정부가 먼저 계산서에 올리는 셈이다.
아파트 청약은 한국에서 계획성 있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제도다. 정부가 서민들에게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 대전제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물론 적당한 기준을 세워 집으로 한 방에 인생역전이란 헛된 기대감에 부풀리거나 본업까지 흔들리게 하는 부동산 투기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로또 기대감이 집값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반대다. 청약 대기수요가 매매수요로 이동하는 순간 거래량이 살아나고, 그 거래량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예외가 끝나는 올해 5월 9일부터는 시중 거래가능한 매물이 사라진다. 게다가 이미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은 입주까지 전매제한이 걸린 상태고,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입주권 매매 금지,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매 금지이다. 이런 상황에 고가 매물 하나가 거래되면 그것이 바로 계단식 상승의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부동산 급등인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채권입찰제의 부활이 아니라, 분양가상한제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시장이 침체의 바닥일 때는 과감히 풀어 공급과 거래를 살리고, 지금처럼 상급지 상승세가 확인되고 강보합이 예상되는 국면에선 서울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분상제’를 촘촘히 적용해 매매수요를 청약 대기수요로 묶어두는 것이 맞다. 적어도 시장으로 달려나갈 수요를 청약 대기줄에 세워두는 편이, 거래량을 자극해 가격을 더 밀어 올리는 것보다 낫다.
채권입찰제는 정부 예산과 주택도시기금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가 이미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약의 실익마저 빼앗는 순간 청약제도 자체의 신뢰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정부가 로또를 없애겠다고 꺼낸 카드가 자칫 청약제도를 먼저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2006년 채권입찰제를 적용했던 판교 때와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 서울 투기과열지구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분양가상한제 그 자체보다 10·15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은 되었으나 분상제를 적용하지 않는 기존의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 외 지역의 문제다.
예를 들어 노량진6구역은 다음 달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고, 업계에선 3.3㎡당 7000만~8000만원대 분양가를 거론한다. 전용 84㎡로 환산하면 중층 기준만 봐도 20억원대 중후반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국민평형 25억”이 맞는 얘긴가? 장위뉴타운 역시 흐름은 같다. 2년 전 10억원 분양가가 이제는 17억원을 이야기하는 구간까지 올라왔다.
분상제가 적용되고 있지 않은 서울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끝도 모를 분양가를 높이면서 더 이상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로 작동하지 않고 조합원 수익을 극대화하고 ‘정당화’해주는 장치로 변질되고 있다.
채권입찰제가 정부 입장에서 전혀 이점이 없는 정책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고,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청약제도 전반과의 충돌이다. 이미 청약통장 가입자는 줄고 있고 예치금 역시 감소하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첨의 실익까지 줄어들면 ‘청약 무용론’은 더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더 아이러니컬한 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청약제도 개선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비아파트를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기준 완화, 부부합산 가점 확대, 미성년자 14세부터 가입기간 인정, 출산 특례와 신생아 특별공급 신설까지. 심지어 민간분양에서도 신생아 특공을 별도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주택 정책이 아니라 국가 존속 차원의 출산율 대응 전략이었다.
결국 정책은 ‘얼마를 걷을 것인가’가 아니라 ‘수요를 어디에 묶어둘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함이 필요하고, 채권입찰제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민 몫까지 정부와 조합이 걷어가는 방식이라면 시장은 다시 매매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순간, 집값은 정책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