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이란전 와중에도 쿠바 노리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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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들어 전 세계 지정학적 긴장을 단숨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초 그린란드 병합 위협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그리고 미·이스라엘의 이란 군사작전까지 이어지며 불과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국제 질서는 거대한 충격파에 휩싸였다. 세계는 이미 “트럼프 2기 외교는 과거보다 훨씬 거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연쇄적인 지정학 전략의 일부라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폭주’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외신과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다음 타깃은 쿠바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를 숨길 생각이 없다. 그는 27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열린 투자 포럼 연설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성과를 강조한 뒤 “쿠바가 다음(Cuba is next)”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이 군대(미군)를 만들 때는 쓰지 않기를 바랐지만 때로는 써야 한다”며 군사적 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뒤 “방금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 압박 이후 쿠바로 향하던 석유 공급망을 차단하며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쿠바는 이미 심각한 전력난과 경제난을 겪고 있고 사회 불안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군사적 압박이나 정치 개입까지 병행하면 쿠바 정권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시점이다. 이란 전쟁조차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카리브해 전략까지 동시에 밀어붙인다면 국제 질서는 더 큰 불확실성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동 충돌로 유가가 급등하고 해상 운임이 치솟는 등 글로벌 에너지와 물류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쿠바를 둘러싼 긴장까지 겹친다면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운송망의 불안은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해상 운송망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중동발 충격만으로도 산업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반구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확대된다면 한국 경제의 변동성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한반도 역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욕을 보인다. 하지만 이란 사례가 보여주듯 트럼프식 협상은 언제든 강경 노선으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 압박이나 강경 제재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은 협상과 압박, 군사 행동이 빠르게 교차하는 특징을 보인다. 상대국 입장에서는 협상 테이블이 언제 전장으로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바로 이 점이 트럼프 시대 국제정치의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결국 한국 정부에 필요한 것은 대비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외교·안보·경제 전략을 입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에너지 공급망과 무역 구조의 취약성을 점검하고, 북핵 문제에서도 협상과 충돌 가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가 실제로 어디를 향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지금 세계는 지도자 단 한 명의 선택에 따라 지정학적 지형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인식은 버리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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