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대형마트 ‘족쇄’ 이제는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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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호 생활문화부 기자
100m 달리기 선수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 경기에 나선다면? 결과는 뻔하다. 더 빠른 신발을 신고 트랙에 선 경쟁자들과의 승부는 시작부터 불공정하다. 지금 국내 유통 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처지가 꼭 그렇다.

2009년에 제정,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골목상권 보호’ 명분 아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해왔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이 골자다. 개정 당시엔 유통업계 절대 강자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 구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새벽·당일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는 시·공간 제약 없이 시장을 확장해왔다. 반면 대형마트는 유통법이란 규제에 묶여 있다. 같은 트랙에서 뛰는 경쟁자라기보다, 한쪽만 발목이 묶인 상태로 뛰는 경기와 다름없다.

올해 들어 정부·여당이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추진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는 절충안(신선식품을 제외한 새벽배송 허용)은 법 개정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에 맞설 핵심 경쟁력은 신선식품이다. 산지 직거래와 대량 매입을 통해 품질·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다. 이를 제외한 새벽배송은 속 빈 강정 같은 규제 해소다. 시장의 판을 바꾸기보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 봉합만 하려는 정치권의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만큼이나 대형마트에서 근무 중인 수만 명의 생계도 중요하다. 특정 업태에만 쏠리는 규제는 그 자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로 인해 경제적 취약계층을 더는 양산할 수 있기에 견고한 정책 균형이 필요하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는 이런 문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만약 회생이 끝내 실패하고 청산되면, 직고용 인원 약 2만 명이 실업자가 된다. 협력업체, 물류·시설 관리 인력까지 포함하면 고용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지역 상권과 연관 산업 피해도 불가피하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경기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고용과 소비를 동시에 일으키는 유통산업 특성상 한 축이 무너지면 연쇄적 파장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유통법은 ‘보호’가 아니라 ‘균형’의 관점에서 재설계돼야 한다. 과거 시장 구도에 매몰된 규제가 변하지 않으면 결국 현재 산업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만다. 이커머스는 365일·24시간 영업 중인데 대형마트만 왜 예외인가. 새벽배송 전면 허용과 의무휴업 규제를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낡은 족쇄를 풀어야만 K-유통이 더 큰 경쟁력을 갖고 더 빨리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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