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잡아라"…RIA 도입에 운용업계 자금 유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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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ini)

정부가 국내 시장복귀계좌(RIA) 도입을 추진하면서 자산운용업계가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 자금을 되돌리기 위한 상품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밸류업·고배당·국내 특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워 ‘서학개미’ 유턴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는 RIA를 침체된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반전 계기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그동안 미국 기술주 중심으로 이동하며 국내 주식형 상품의 존재감이 약해졌지만, RIA를 통해 장기 성격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운용사들도 이에 맞춘 상품 전략 재편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자금의 체류 성격이다. RIA 자금은 단기 매매보다는 일정 기간 국내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큰 만큼, 운용사들은 변동성을 낮추고 장기 보유에 적합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 밸류업 펀드와 고배당 ETF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주환원 성향이 높고 실적 안정성이 뒷받침된 종목을 담은 상품이 주요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운용사들은 배당과 현금흐름, 안정적인 수익률을 강조한 상품군 강화에 나섰다. 한화자산운용은 ‘PLUS 고배당주’, ‘PLUS 200’, ‘PLUS K방산’ ETF를 RIA 대안 상품으로 제시했고,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KoAct 배당성장액티브’ ETF의 분배금 지급 주기를 월 단위로 조정하며 국내에서도 월 현금흐름 수요를 겨냥했다.

해외 투자 수요를 대체할 국내 특화 테마 ETF 확대도 두드러진다. 미국 반도체와 빅테크에 익숙한 투자자 성향을 고려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인공지능(AI), 로봇 관련 ETF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이는 RIA 자금이 단순히 세제 혜택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장기 성장성과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따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RIA 도입은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에도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형 운용사들은 기존 해외 ETF 고객을 국내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키는 데 주력하고, 중소형 운용사들은 특정 섹터와 액티브 전략을 앞세워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구도다. 이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수출주를 압축적으로 담은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 ETF를 오는 31일 상장할 계획으로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RIA를 계기로 국내 투자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운용사 간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RIA가 환율 안정과 국내 증시 유동성 확충에 기여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식형 자산 전반의 투자 기반을 넓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다시 끌어오려면 단순히 국내 투자라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단기 유행형 상품보다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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