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5만ha·생산량 20만 톤 목표…고품질 생산단지 중심 지원 전환
블렌딩·비축 개편에 제분비 지원 확대…수입밀 대체할 선순환 구축 나서

국산 밀 산업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전환’으로 방향을 튼다. 그동안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늘었지만 수요처가 원하는 균일한 품질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며 소비 확대가 기대만큼 뒤따르지 못해서다. 정부는 고품질 생산단지 육성, 블렌딩 중심 유통체계 구축, 가공업체 지원 확대를 묶어 2030년 밀 자급률 8% 달성에 승부를 걸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발표했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 기간 생산 기반 확충에는 일정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밀 재배면적은 2020년 5200ha에서 2025년 9100ha로 늘었고, 밀 재배 농업경영체도 3010개소에서 5657개소로 증가했다.
그러나 국산 밀은 지역·농가별 품질 편차가 커 대량 수요처가 원하는 균일한 원료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생산 증가가 수요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2차 계획에서 수요자가 요구하는 균일한 품질의 밀 생산·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재배면적 5만ha, 생산량 20만 톤, 밀 자급률 8% 달성이다. 국산 밀 제품 만족도도 올해 58.9%에서 2030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먼저 생산 단계에서는 밀 전문생산단지 평가 기준을 단지 규모 중심에서 1등급 밀 생산 비율과 품질 균일도 중심으로 바꾼다. 고품질 생산 역량이 확인된 단지에는 시설·장비 지원과 공공비축 물량 배정 등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현장 컨설팅도 의무화하고, 기후와 토양 등 지역 여건을 반영한 재배 매뉴얼도 지속 보급하기로 했다.
품종 정책은 시장 수요에 맞춰 재설계한다. 제과·제빵용 종자 보급 가격은 더 낮추고, 정부 비축 밀 매입 시 품질에 따른 가격 차등도 확대한다. 1등급과 2등급 매입가격 차등 비율은 올해 5%에서 2026~2030년 10%까지 단계적으로 높인다. 제과·제빵용 종자 할인율은 최대 60%까지 확대하고, 제면용은 30~40% 수준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유통 단계에서는 블렌딩 시설 확충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블렌딩은 단백질 함량과 수분, 재배지역, 품질 특성이 다른 밀을 혼합해 균일한 품질의 원료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민간 블렌딩 시설이 자리 잡기 전까지 정부 비축 밀을 우선 블렌딩해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범 운영 결과 블렌딩 전후 단백질 표준편차는 0.89에서 0.13으로, 회분 표준편차는 0.17에서 0.07로 줄었다.
정부 비축 운용 방식은 전면 개편한다. 지금까지는 2년 이상 보관한 정부 비축 밀을 일괄 할인 공급했지만, 앞으로는 1년 보관 뒤 용도별·품질별로 할인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하등품 밀은 일반 가공용 시장과 분리해 주정용 등 특수시장에 공급하고, 비축 밀을 펫사료와 K-뷰티 등 신산업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비 확대는 급식과 정책사업 연계로 풀어간다. 정부는 단체급식소를 대상으로 운영해 온 ‘국산 밀 데이’를 확대하고, 식재료비 지원뿐 아니라 교육과 가정 연계 소비 캠페인도 병행할 계획이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농식품바우처 사업’ 등과 연계한 국산 밀 제품 공급 확대도 검토한다.
가공업체 지원은 계약재배와 제분비 중심으로 키운다. 계약재배 지원 대상 기준은 완화하고, 제분비 지원 한도는 최대 국비 2억원(1000톤)에서 3억원(1500톤)으로 확대한다. 톤당 20만원의 제분비 지원도 유지해 수입 밀을 쓰던 업체의 국산 밀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정훈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기본계획은 정부뿐 아니라 농업인과 가공업계, 학계 등이 모여 수요에 기반한 생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밀 산업이 새롭게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수요에 기반한 효율적 생산 체계구축, 고품질 밀 유통 활성화, 소비 문화 조성 등 주요 과제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