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고정금리대출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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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부국장 겸 채권전문기자

미국·이란 간 전쟁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오가는 등 불안한 흐름이다. 이는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물가를 끌어올리고 정책금리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한국은행 역시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주지표금리인 AAA등급 은행채 5년물 금리는 한때 4.1%를 넘어서며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미 대출금리 상승은 ‘진행형’이며,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차주 부담이 커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 구조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이 ‘혼합형’이다.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다. 즉, 지금의 고정금리는 ‘시한부 안정’일 뿐이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대규모 차주가 금리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이자 부담 증가를 넘어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구조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핵심 해법으로 평가받는 ‘신커버드본드(새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지난해 말 발표 예정이었지만, 다주택자 주담대 억제와 부동산 안정 대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논의는 다시 보류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좌초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정책 우선순위가 구조개선보다 단기 억제에 쏠려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커버드본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금융 시스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패스스루형 커버드본드와 같은 구조는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춰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요구불예금이라는 저원가성 자금을 기반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운용하고, 필요시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유동성을 보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은행채 발행이나 정기예금 경쟁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금융당국이 여전히 총량 관리와 부동산 규제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진짜 위험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금리 사이클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충격을 끊어내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임시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속도’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야말로 ‘골든타임’이다. 지금처럼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정책이 늦어질수록 시장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과거처럼 인센티브 몇 가지로 장기고정금리를 유도하는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조달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상품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신커버드본드 도입은 가계 안정, 금융시장 안정, 나아가 금융산업 경쟁력까지 연결되는 구조적 해법이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하기 전, 장기고정금리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금융당국의 신속한 결단이 더없이 필요한 때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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