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종목의 주가 추이가 아닌 이달 코스피 지수 추이다. 올 들어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 지수가 이달 들어 사상 유래 없는 변동성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롤러코스터 증시’를 넘어 ‘자이로드롭 증시’라는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하루 사이에 방향을 바꿔가며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흐름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의 연속’에 가깝다. 하루에 5~10%씩 오르내리는 시장이라면, 그것은 투자자를 위한 운동장이 아니라 투기꾼의 전장에 가깝다. 시가총액이 프랑스를 넘어섰다는 자랑이 무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숫자의 덩치가 커졌다고 시장의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을 두고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서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곳”이라고 했다. 다만 그 말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시장이 ‘버틸 만한 곳’이어야 한다. 오늘 10% 오르고 내일 다시 10% 빠지는 장세에서는 인내가 미덕이 아니라 고통의 동의어가 된다. 꼭짓점에서 물린 개인투자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시장 밖 사람들은 “역시 주식은 도박”이라는 오래된 편견을 다시 꺼내 든다. 변동성이 과도한 시장은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든다.
미국 시장이 강한 이유는 고수익을 내서만이 아니다. S&P500의 진짜 매력은 ‘예측 가능한 등락’에 있다. 물론 미국 시장도 위기 때는 급락을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낙폭은 제한적이고 회복은 비교적 질서 있게 이뤄진다. 월급날마다 고민 없이 적립식으로 돈을 넣어도 된다는 믿음, 위기 때도 달러 자산이 일정 부분 충격을 흡수해 준다는 안정감이 장기 자금을 붙잡아둔다.
반면 한국 시장은 외국인이 빠져나갈 때 이를 받아낼 장기 기관 자금이 얇다. 개인은 많고, 인내할 자금은 적다. 이번 달 한국 증시가 그렇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20조원을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이끌고 있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작은 충격도 쉽게 대폭락으로 증폭된다. 결국 시장의 변동성은 투자자의 성향이 아니라 자금 구조가 만든 결과다.
해법은 분명하다.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호보다 시장을 받쳐줄 돈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연기금이나 공공기금 같은 장기 자금이 더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각 기금이 과도하게 쌓아둔 유휴 현금을 풀링해 운용 효율을 높이고, 위험을 나누는 체계를 만들어야 시장 충격을 흡수 할 수 있다. 단기 안정성만을 좇는 자금 운용이 오히려 시장 전체의 불안을 키운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개인 투자 문화 역시 성숙이 필요하다.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추격 매수와 공포 매도가 반복되는 한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장기 분산 투자와 같은 기본 원칙이 자리 잡을 때 시장의 진폭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시장의 안정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참여자의 태도까지 함께 바뀔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코스피 5000도, 1만도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이 시장이 과연 국민들이 매달 꾸준히 돈을 넣어도 되는 곳인가. 한국 증시의 진짜 과제는 더 높이 뛰는 것이 아니라 덜 흔들리는 것이다. 건강한 시장은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오래 타는 불빛에 가깝다. 주가가 높다고 시장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숫자의 고점이 아니라 신뢰의 바닥을 끌어올릴 때, 비로소 한국 시장은 투자 대상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