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와 드라마 ‘카지노’ 속 실화 인물

필리핀에서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48)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2016년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이후 약 9년 만이죠.
이날 오전 6시 34분 입국한 그는 약 40분 뒤인 7시 16분께 공항을 빠져나왔는데요. 남색 야구 모자에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 마스크 없이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채였습니다.
천으로 가려진 수갑을 찬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 이동했죠.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 “호화 수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는데요. 다만 일부 취재진을 향해 “쟤는 남자도 아니야”라는 말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며 논란을 남겼죠.

박왕열의 범죄는 2011년 IDS홀딩스 1조 원대 금융사기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모집책으로 활동하던 그는 수사가 좁혀오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는데요.
이후 범죄는 급격히 확대됐죠.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그는 2016년 한국인 3명을 유인해 은신처를 제공한 뒤, 같은 해 10월 바콜로드의 사탕수수밭에서 이들을 총기로 살해했습니다. 이 사건은 영화 ‘범죄도시2’와 드라마 ‘카지노’ 속 캐릭터 설정의 모티브로 거론되며 대중적으로도 알려졌죠.
피해자들은 사전에 약 7억2000만원을 투자한 상태였는데요. 박왕열은 투자 갈등 끝에 범행을 저지른 뒤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죠. 이 사건은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그는 37일 만에 현지에서 검거됐습니다.

검거 이후에도 그의 범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탈옥을 시도하며 도주와 검거를 반복했고, 결국 필리핀에서 징역 60년형이 확정됐는데요.
하지만 수감 이후에도 그는 또 다른 범죄를 이어갔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국내에 마약을 대규모 유통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던지기’ 수법을 통해 전국으로 마약을 퍼뜨렸고 한 달 유통 규모가 필로폰 60kg, 시가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최대 마약 공급망으로 불린 ‘바티칸 킹덤’과 연결되며 연예인 및 유명 인사 관련 사건까지 이어지는 등 파장은 컸죠.

그가 수감됐던 필리핀 뉴빌리비드 교도소는 사실상 ‘범죄자 마을’로 불렸습니다. 돈만 있으면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음식·의류·전자제품·면회까지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박왕열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실상 ‘VIP’처럼 생활하며 외부와 연락을 유지했고, 이를 통해 마약 유통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죠. 이른바 ‘호화 수감’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도 큰 비판을 불러왔습니다.

박왕열 송환의 전환점은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이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임시 인도를 요청했고, 약 3주 만에 송환이 성사됐습니다. 9년간이나 이어진 작업이었죠.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밝히며 송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박왕열은 공항 도착 직후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압송됐습니다. 경찰은 기존에 나뉘어 있던 사건을 병합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데요.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다수의 공범을 확인해 수사 중”이라며 “압수한 휴대전화 등 증거를 분석해 마약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죠. 수사 당국은 구속영장 신청과 함께 여죄 여부까지 철저히 밝혀낸다는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