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제습 저장고·물주머니 보온기술 특허 출원…2028년 시범보급 추진

겨울철 이상고온과 한파가 반복되며 꿀벌 집단 폐사가 양봉업계의 고질적 위험으로 떠오른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월동기 꿀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저장·보온 기술을 내놨다. 겨울잠을 자야 할 벌들이 기온 변화에 반응해 산란과 육아를 시작한 뒤 수명이 급격히 짧아지는 문제를 줄이는 방식으로, 봄철 벌무리 붕괴를 막을 대응책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촌진흥청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겨울철 외부 환경 변화에도 벌통 주변의 온·습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꿀벌 월동 저장고’와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기후변화로 겨울철 낮 기온이 12도 이상인 날이 3일 넘게 이어지면 여왕벌은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해 알을 낳기 시작하고, 일벌도 육아 활동에 들어간다. 겨울잠을 자는 일벌의 수명은 약 150일이지만, 육아를 시작하면 호르몬 변화로 수명이 40일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봄이 오기 전 일벌이 먼저 죽으면서 벌무리 전체가 무너지는 피해가 반복된다는 게 농진청 설명이다.

이번에 개발한 ‘꿀벌 월동 저장고’는 저온 환경에서도 실내 습도를 70%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반 제습기는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만큼, 연구진은 냉동기 팬 속도를 낮추고 공기 순환 팬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실내 온도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면서 공기 중 수분을 성에 형태로 제거하는 저온 제습 기술을 적용했다.
저장고 내부에는 소음과 미세먼지에 민감한 꿀벌의 특성을 고려해 BLDC 모터와 3단 공기 정화 필터를 설치했고, 꿀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붉은색 조명도 달았다. 월동이 끝난 뒤에는 양봉산물이나 채밀 후 남은 벌집 등을 보관하는 저온저장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야외 벌통용으로 개발한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은 마그네타이트를 넣은 물주머니로 벌통 외부를 감싸는 방식이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물이 얼면서 열을 방출하고, 낮에 기온이 오르면 녹으면서 주변 열을 흡수하는 잠열 원리를 활용해 급격한 온도 변화를 줄이도록 했다.
실제 충북 청주의 한 양봉 농가에 적용한 결과, 기술을 쓰지 않았을 때 평균 15도 수준이던 벌통 외부 온도 변화 폭은 적용 후 6도로 줄었다. 농가에서는 물주머니를 적용한 벌통에서 벌무리 세력 형성이 더 활발했다고 평가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물주머니 포장 비용이 벌통 한 개당 1500원~3000원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반면 월동 저장고는 벌통 100~150통을 저장할 수 있는 20㎡ 규모 기준 건축 비용이 약 2500만원으로, 단순 비용 절감보다 이상기후 대응과 월동 안정성 확보에 방점이 찍힌 기술로 평가된다.
농진청은 두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다. ‘꿀벌 월동 저장 시스템’과 ‘월동용 벌통 덮개’로, 2027년까지 양봉 전문가와 협력해 추가 실증을 진행한 뒤 2028년부터 시범보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주머니 보온 기술은 현장 적용이 비교적 쉬운 만큼 올해 가을부터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기술 지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제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 농가뿐만 아니라 꿀벌의 꽃가루받이로 열매를 맺는 과수 농가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결국 우리 밥상과 생태계의 위기로 돌아온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빠르게 보급해 꿀벌을 건강하게 지키고 농업 생태계의 안정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