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에너지와 석유화학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유·나프타·LNG 수급 상황을 진단하며 “현재 나프타는 길어야 2~3주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나프타는 전체 소비량의 절반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며 “수입 물량 중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어와야 하는데 차질이 생겼고, 중국도 수출을 중단해 전체 소비량의 절반 공급이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계열 제품은 거의 100% 나프타로 만든다”며 “옷, 커피 용기, 종량제봉투 등 약 3000가지 제품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종량제봉투 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아이스아메리카노 용기가 없어 판매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 제품 수급에 대해서는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정책 선택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석유를 정제해 제품을 만들면 약 60%를 해외로 수출하고 40%만 국내에서 사용한다”며 “수출을 유지하면 약 90일, 수출을 중단하면 최대 208일까지 버틸 수 있는 비축량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출 제한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는 “우리가 항공유와 경유를 미국과 유럽에 많이 수출하고 있다”며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 항공기 운항이나 유럽 경유차 운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항공유 시장 점유율 1위가 우리나라 정유사들”이라고 강조했다.
LNG 수급도 변수다. 카타르가 일부 물량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유 교수는 “이번 물량은 세계 공급의 약 3% 수준”이라면서도 “작은 수치는 아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5월 인도 물량 기준 LNG 가격이 전쟁 전보다 2.2배 오른 상태”라며 “우리나라 전기의 약 30%를 LNG로 생산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공공부문 차량 5부제에 대해서는 “운행 감소뿐 아니라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절약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기차와 수소차가 제외돼 있어 실질적인 화석연료 수요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황이 악화될 경우 “5부제를 넘어 홀짝제나 민간 확대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유가를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휘발유 가격 20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이를 넘어서면 민간까지 포함한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상한제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제 유가가 이미 크게 올랐고,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도 상승했다”며 “앞으로 2주간은 더 높은 가격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미국은 산유국임에도 휘발유 가격이 60% 이상 올랐다”며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낮은 가격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동 전쟁 장기화 여부가 모든 변수의 핵심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정부가 나프타 수출을 제한해 내수로 돌리면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쟁이 끝나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