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패권 경쟁 새 국면…‘기술’ 아닌 ‘석유·희토류’가 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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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즉각적인 경제 무기로 작용
소프트파워 대신 물리적 자원 중요성 부각
자원 확보 못한 국가, 경기침체 등 위험 직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 중국 비중. 위에서부터 채굴, 정제, 고성능 영구자석 생산.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21세기 세계 패권 경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한때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벌어졌던 글로벌 패권 경쟁은 이제 물리적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석유와 희토류 등 자원이 패권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석유는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즉각적인 무기’로 작용하고 있고 첨단산업과 군사력의 기반을 뒷받침하는 희토류와 같은 핵심 광물은 지정학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고 WSJ는 진단했다.

수십 년간 서방에선 지리적 요인이 세계 운명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에 21세기 승자는 영토와 원자재 지배력보다 자본과 기술, 글로벌 네트워크 장악력으로 결정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란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급망 무기화는 에너지가 세계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군사력과 경제력 기반이 소프트웨어와 기술에서 석유, 희토류, 산업 설비 같은 물리적 자원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는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인공지능(AI) 및 미래 군사력 구축 실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해 미·중 무역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발생하자 전 세계 희토류 자석 공급량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했다. 자동차와 무기,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자석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미국 공장들이 멈추고 관련 업계가 어려움에 부닥치자 미국은 관세를 낮추는 등 중국과의 협상 조건을 완화했다.

정치위험 컨설팅 업체 애저스트래터지의 앨리스 고워 파트너는 “이제 강대국 경쟁은 경제와 군사력을 지탱하는 물리적 자원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기본적인 문제로 돌아왔다”며 “에너지, 핵심광물, 산업생산 능력은 단순한 경제적 자산이 아닌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 외교협회 지정경제연구센터 소장 역시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소프트웨어가 지배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지정학을 좌우하는 물리적 제약 조건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목격한 가장 효과적인 사례는 중국의 희토류 금수 조치였다”며 “이란 사례에서도 미국이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 독립성을 확보했는데도 여전히 물리적 요충지에 좌우된다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연자원 이외에도 미국의 적들은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수단이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일례로 중국은 진통제에 사용되는 이부프로펜과 일부 항생제 원료의 주요 공급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서도 세계적 우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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