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 매파' 신현송 한은 총재 지명, 향후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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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성장' 최우선 언급한 이창용 총재⋯'물가' 강조한 신현송
금융안정ㆍ물가관리 중시 '매파' 평가⋯통화정책 방향 '변화 無'
'포워드 가이던스' 시장과 소통 축소 가능성⋯"메시지 단순해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차기 총재로 '국제통' 신현송 BIS(국제결제은행)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이 공식 지명됐다. 임기 막바지인 이창용 총재가 통화정책에서 실용ㆍ중립(올빼미)를 표방했다면 신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된다.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 흐름 속 환율이 1510원대를 돌파하는 등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 중인 가운데 신현송 체제의 한은이 어떠한 통화정책을 수립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한은과 BIS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총재 후보 지명을 받은 전일 오후 BIS 국장직에서 사임했다. 당초 임기는 8월까지였으나 한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예정보다 이른 퇴임을 맞게 된 것이다. BIS 측은 신 후보자의 지명 소식에 "그는 경제학계와 중앙은행계에서의 리더이자 신뢰받는 조언자로 널리 존경받고 있다"면서 "총재 후보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공식 입장문을 냈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를 기본적으로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적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2022년 BIS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긴축이 부족하거나 늦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고물가에 대한 중앙은행 역할론을 강조했다. 2023년 연설에서도 "금융 긴축은 실물경제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며 그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난다"고 발언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후보자 성향에 대해 "금융 안정을 중시하고 자산버블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며 "당연히 인플레에 대한 리스크 인식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 체류 중인 신 후보자는 국내 입국에 앞서 공개한 후보자 지명 소감문을 통해 물가 관리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는 4년 전인 2022년 이창용 총재가 후보 지명 소감문에서 '성장'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신 후보자는 "미국 관세정책과 주요국 통화정책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고 중동 정세 급변 속 시장 변동성 역시 고조되고 있다"면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 선임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이 한창이었던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돼 경기와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었다. 반면 신현송 후보자가 등판한 현 시점 국내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소비심리 개선 속 중동발 고환율ㆍ고물가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신 후보자 인선 배경에 대해 "국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적임자"라고 피력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신현송 후보자가 한은 총재로 취임하더라도 통화정책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주 BIS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 사태 관련 통화정책과 관련해 "공급 충격은 일시적일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교과서적인 예시"라며 "중앙은행은 (일시적 변동이 아닌) 경제 펀더멘털에 근거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결국 중동 전쟁 장기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고물가 이슈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히는 환율과 관련해서도 이에 대한 중앙은행 통화정책 대신 수급 정책 개선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 후보자는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조관으로 재직할 당시 △은행들이 자기자본 대비 국내은행은 50%, 외은지점은 250% 이상의 선물환 보유를 금지하는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은행의 1년 이하 차입금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제도'를 설계한 바 있다.

한편 이창용 총재가 4년 간 힘을 쏟았던 한은의 소통 강화 기조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창용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에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확대함으로써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둔 반면, 신 후보자의 경우 '단순한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어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신 후보자는 유가발 리스크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는 있으나 이미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반영하는 만큼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환율 약세가 한-미 금리차가 아닌 수급적인 영향인 만큼 금리 인상보다는 수급 개선 정책 마련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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