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부서 협력저하 등 갈등 부작용도
‘합리적 기준’ 마련이 지난한 과제

잘나가는 기업들이 성과급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구가하는 삼성전자가 성과급 때문에 총파업의 위기에 내몰렸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반도체 사업부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폐지해 성과급을 더 많이 달라고 요구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기록적인 이익을 벌었는데 경쟁사보다 성과급이 적다는 것이 불만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올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상한 없이 성과급을 지급한다. 연봉이 1억원인 직원은 성과급으로 1억5000만원가량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3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의 다른 사업부문과 형평성을 이유로 노조 요구를 거부했다. 스마트폰·TV를 담당하는 사업부는 이익이 크지 않아 초과이익성과급이 상한선에 못 미친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한을 없애면 같은 회사 내에서 연봉 격차가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의 직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노조는 압도적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평균 연봉이 1억5800만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그 2배 이상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은 씁쓸하기만 하다. 일반 국민에게는 별나라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성과급을 어느 정도 주어야 적정할까? 성과급은 기업의 실적과 연동해 지급하는 변동급이다. 실적과 상관없이 정액을 지급하는 고정급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고정급 비중이 컸지만, 기업의 성과가 중시되며 성과급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종업원에게 성과급을 주는 이유는 매우 많다. 성과급은 직원들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동기를 자극한다. 성과급을 주면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애사심이 높아져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대로 성과급이 낮으면 업무만족도가 떨어지고 수동적으로 일한다고 한다. 종업원이 열심히 일해서 기업에 돈을 벌어주면 기업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익 일부를 성과급으로 돌려주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선순환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체로 실무에서 성과급제는 ‘상후하박’의 형태로 운영된다. 일반 직원들의 성과급은 박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후해지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의사결정권이 큰 경영층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의 성과급이 지나치게 과다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성과급제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최고경영자의 성과급은 사회 문제가 된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10년 이내에 회사 시가총액을 8배 증가시키는 목표를 달성할 경우 1조달러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의 ‘1조달러’ 성과급 보상안에 대해 가톨릭교회의 교황까지 나서 ‘인간성 상실’을 초래하는 빈부 양극화 현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성과급제의 부작용은 바로 양극화와 갈등에 있다. 산업별로도 경기에 따라 성과급 격차가 크다. 호황인 업종은 억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지만 불황인 업종은 성과급을 주지 못한다. 장기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석유화학 업계에선 대다수 기업의 성과급이 0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도 성과급 때문에 더욱 확대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성과급 다툼을 보는 협력사 직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만일 기여도를 따지면 협력사 직원들도 삼성전자 이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공유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기본급 기준 4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총 890억원을 들여 하청기업 직원들에게도 본사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랬더니 칭찬과 더불어 2·3차 협력사에게도 주었느냐는 질문이 들어온다.
성과급제를 정교하게 운영하여 성과급을 차등 적용하면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 간에 급여가 크게 차이난다. 성과급제를 직원 개인 단위로 확대하면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임금 격차가 커진다. 성과급의 비중이 높고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부서 간의 경쟁이 과열돼 협력이 저하되고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조장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성과급제가 활성화된 분야에서는 단기 실적에 매몰돼 변칙과 편법이 성행하기도 한다. 증권·보험·은행 등의 금융업에서 부실한 상품을 고객에게 강매하는 불완전판매가 빈번한 것은 성과급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참 어려운 문제이다. 성과급이 너무 작아도, 너무 많아도 문제이다. 모두가 수긍하며 만족하는 합리적인 성과급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배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것을 못 참는 우리 사회에서 과도한 성과급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요구를 관철하고자 실제로 총파업을 실행할 경우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어 손실이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삼성전자 한 회사만의 피해로 그칠 일이 아니다. 총파업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타격은 수출에서 주식시장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버텨온 한국경제가 삼성전자 파업으로 타격받아 추락할 것이 심히 걱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