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ㆍ공기업, 평가→관리로⋯19년 체계 대전환 [공공기관 통합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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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정책위원회’(가칭) 신설은 단순한 조직 승격을 넘어 2007년 공공기관운영법 제정 이후 19년 만에 이뤄지는 공공기관(공기업) 관리 체계의 대전환으로 풀이된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공공기관 규모 확대와 재무 부담 증가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공공기관 수가 많이 늘어난 데다 일부 기관을 중심으로 부채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기관 간 기능 중복과 비효율 문제도 누적되면서 전반적인 구조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342개 공공기관에는 약 42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기관장 연봉은 2억원에 육박하고 직원 평균 보수는 7000만원을 웃돈다. 공공기관 부채는 740조원 안팎으로 불어나 올해 정부 예산(728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그간 공공기관 관련 정책은 부처별로 나눠 추진됐다. 각 부처가 산하 기관을 관리하는 체계가 유지되면서 정책 방향이 엇갈리거나 구조개편 논의가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형 공공개혁 과제에서 속도가 붙지 않는 배경으로 지목돼 온 이유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분산 구조를 보완해 중앙에서 정책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별 기관 단위 관리에서 벗어나 공공기관 전체를 하나의 정책 대상으로 보고 통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향후 공공기관 통폐합과 기능 재편, 2차 지방이전 등 굵직한 정책 과제와 맞물려 위원회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관 간 기능 중복 해소나 비효율 구조 정비 등 기존에는 부처 간 이해관계로 조정이 어려웠던 사안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운영 방식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려보내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규제나 애로를 수집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로 전환이 추진된다. 공공기관의 신사업 진출이나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혁신 플랫폼’ 역할이 강조된다.

평가 중심 관리에 대한 문제의식도 이번 개편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평가 지표가 바뀌면서 공공기관들이 중장기 전략보다 당장 ‘점수 따기’에 매몰된다는 비판이 높았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기관을 비교하는 방식 역시 각 기관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편은 공공기관을 ‘사후 평가 대상’이 아니라 ‘상시 관리 대상’으로 전환하고, 동시에 정책 조정과 규제 개선 기능까지 결합한 새로운 관리 틀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정책을 둘러싼 권한 구조와 운영 방식이 함께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공공개혁의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관리의 초점을 ‘평가’에서 ‘관리’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재정경제부의 부속 기구처럼 운영되는 한 독립적인 감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도 "평가 지표 중심의 관리보다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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