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검정고무신 승소의 역설…작가 옥죄는 ‘매절계약’은 못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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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헌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저작권을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매절계약이 관행이 작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AI 미드저니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미드저니)

고(故) 이우영 작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던 ‘검정고무신’ 사건은 올해초 작가들의 승소로 매듭지어졌다.

아쉽게도 작가들이 승소한 이유는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출판사와의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인정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작가들은 계약의 효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공정성, 계약체결 당시 이해부족 등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오히려 작가들이 출판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한 점을 작가들의 계약 위반으로 판단했다. 다만 출판사와의 계약을 지속적 협력관계를 전제로 한 계속적 계약으로 보면서 이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파괴되었다고 봐 계약이 해지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모든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하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내용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보고, 해당 출판사를 상대로 다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명하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검정고무신 사례와 같이 출판사가 작가에게 일정한 금액을 주고 2차적 저작물 작성을 포함한 모든 저작재산권을 포괄적으로 양도받는 소위 ‘매절계약’은 출판업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계의 관행이었다.

2004년작 '구름빵' 작가 또한 당초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하는 내용의 매절계약을 체결했다가 이후 애니메이션, 뮤지컬의 폭발적 흥행에 비해 수입을 거의 얻지 못했다. 작가가 불공정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계약 자체의 불공정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전부양도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매절계약도 법적으로 금지된 유형의 계약은 아니다. 저작권법이 제45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을 전부 또는 일부 양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에서 '2차적저작물 작성권'은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양도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 저작권자 보호를 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불공정한 계약체결을 예방하고자 문체부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 등으로 저작물의 활용방식이 급속도 다양해지고 K콘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제 새로운 창작물 활용문화를 반영하는 법제도 개선도 적극 고민해야 할 시기다.

미국 연방저작권법은 저작권 양도를 하는 작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작가들에게 저작물의 가치를 재확인받은 뒤 합당한 저작권료를 회수할 수 있는 ‘종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에서는 저작물 활용으로 인해 예상 밖의 큰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원저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부여하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저작권은 그 자체로 매우 독특한 권리다. 저작자가 창작하는 순간 부여되고 저작자 사망 후 70년간 유지된다. 저작인격권은 양도 자체가 되지 않는다. 저작재산권은 양도되기는 하나 그 세부적인 권리내용은 컨텐츠의 성격이나 형태마다 다양하다. 하나의 저작물에도 여러 창작자들, 심지어 AI까지 동원되고 있는 최근 상황으로 보면 이 권리관계는 앞으로 더 복잡다단해질 것 같다.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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