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핵심 인력 이탈·조직 공백 우려 확산

국민연금공단이 전주 사무소를 둔 자산운용사와 금융사를 상대로 ‘핵심 인력 파견’을 요구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15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과의 협업은 필수적이지만, 핵심 인력 이탈과 조직 공백 우려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전주 사무소를 개소한 운용사와 금융사들에 상근 직원을 중심으로 기금운용 핵심 인력을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단순 출장 인력이 아닌, 실제 성과가 검증된 인력을 보내라는 취지다.
전주에 사무소를 둔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서울에 있던 직원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국민연금이 비핵심 인력이 내려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전주 사무소에 성과가 좋은 인력 위주로 보내라는 요구가 직·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실제 거래에 참여하고 이해도가 높은 인력,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인력을 보내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을 지방으로 보내는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성과가 높은 인력을 전주로 발령할 경우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 인력은 딜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만큼 서울 본사에서의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주에는 러셀인베스트먼트, 비엔와이멜론, 블랙스톤, 티시먼스파이어, 핌코, 프랭클린템플턴, 하인즈 등 글로벌 운용사를 포함해 10곳 이상의 운용사가 사무소를 설치했다. 국내에서도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등이 전주에 거점을 마련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역시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계열사 일부를 전주로 내려보내며 금융 거점 조성에 나선 상태다.
운용사들이 전주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이유는 국민연금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은 전북 혁신도시에 본부를 둔 이후 전주 내 운용사와의 접점을 확대해 왔으며, 최근에는 인력 배치 수준까지 직접 관여하는 모습이다.
정책적 흐름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주 소재 운용사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 역시 전주 사무소를 둔 운용사에 “큰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언급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요구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채권과 달리 대체투자는 비공개 정보와 민감한 자료가 많고, 실물자산 특성상 돌발 이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 물리적 근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핵심 인력을 대거 전주로 보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안 보낼 수도 없고, 핵심 인력을 다수 이동시키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