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강한 규제보다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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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주임교수

‘주택급매→가격하락’은 착시일 뿐
증여 늘어나 자산 양극화 고착화해
일률적 규제 버리고 정교한 설계를

정부 규제정책의 결과는 늘 겉과 속이 다르다. 표면적으로는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한 ‘공공의 장치’로 설명되지만, 실제 효과를 들여다보면 규제는 오히려 자산을 이미 보유한 이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지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규제는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거래량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면 시행 직전에 거래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시행 후에 거래량이 급감한다. 간혹 급급매물이 시장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나 이것은 착시일 뿐이다. 이번 규제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강남지역 일대의 가격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 이외에 다른 지역은 여전히 견고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10년간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월별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한 연구 결과는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규제가 부동산시장의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기는커녕, 정교한 ‘증여 전략’의 기폭제로 작동하며 자산 양극화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의 규제, 금리, 자산 구조가 주택 증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추적해 보았다. 흥미로운 지점은 규제가 서울 전체 평균에서는 ‘증여를 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산과 정책 노출도가 높은 지역들에서는 오히려 증여를 촉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이른바 소득이 높은 지치구에서는 규제 시점 전후로 증여가 급증하며 제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책 설계자들이 노린 효과와는 정반대로, 규제가 강해질수록 고자산 가구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더 빠르고 전략적으로 자산을 사전 이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금융 여건의 변화다. 금리는 시간효과에 묻혀 식별되지 않았지만, 금리가 오를수록 주택 증여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이지만, 흥미롭게도 금리 민감도가 가장 높은 군집은 바로 강남 중심의 소득이 높은 지역이었다. 일반적 통념처럼 자산가가 금리에 둔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리 비용을 정교하게 고려해 증여 시점을 조율한다는 의미다. 금융비용 확대는 중산층에는 매매를 통한 자산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만, 부자들에게는 증여라는 대체 경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신호로 기능한다.

이러한 정교한 반응 차이는 규제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서울 평균을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하면 규제는 억제 효과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득별 집단을 구분해 분석해 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정책이 강할수록, 매매가 막힐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부자는 법망의 빈틈으로 증여를 선택하고, 그 사이 중산층과 무주택자는 더욱 고립된다. 규제는 투기를 막는 그물망이 아니라, 자산 계층별로 다른 통로를 열어주는 촘촘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서울의 주택 증여 시장이 이렇게 계층별·지역별로 다른 메커니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정책은 ‘평균의 국민’을 가정한 규제 중심 처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서울은 단일한 시장이 아니다. 자치구를 저소득(한강벨트 제외), 중소득(한강벨트), 고소득(강남3구, 용산, 성동)으로 분절하여 분석하였다. 규제의 효과가 군집마다 상이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평균적·일률적 규제는 결국 부자에게만 우월한 선택지를 제공할 뿐이다.

정책은 의도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실제 작동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주택 규제가 누구를 막고, 누구에게는 우회로를 허용하며, 그로 인해 어떤 형평성의 균열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구조적 검증이 필요하다. ‘규제가 강해지면 투기가 줄 것’이라는 단순한 상식은 서울의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부자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시장이 경직될수록 증여라는 비정형 경로가 활발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주거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규제의 작동 방식과 그로 인한 분배 효과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강남과 비강남의 반응 구조가 다르고, 금리와 정책에 따른 증여 경로의 선택도 다르며, 결국 제도는 똑같이 적용되지만 효과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수직적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의도와 달리 부자에게 더 많은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하고, 시장의 사다리는 더 기울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똑똑한 규제다. 증여라는 우회 경로까지 포함해 제도의 작동을 설계하지 않는 한, 규제는 계속해서 부자들의 절세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예측 가능한 환경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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