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막는 건 물량 아닌 '착공 병목'⋯착공·입주 중심 공급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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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허가 대비 착공률 74.9%…지방은 미분양·연체율 급증

▲18일 오후 개최한 '주택·도시, 재탄생(Rebirth) 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 공급 문제의 핵심이 물량 부족이 아닌 ‘착공 병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허가 물량은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착공과 준공,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 파이프라인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주택정책의 기준도 허가 실적이 아니라 ‘착공되는 공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주택·도시, 재탄생(Rebirth) 전략’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주택·도시정책이 대규모 공급을 통해 양적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지만, 이제는 총량 부족보다 입지·유형·가격 미스매치가 더 큰 문제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주택 보급률 100%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수도권 핵심 입지 쏠림과 지역·계층 간 수급 불일치가 이어지고 인허가 중심의 성과 관리가 이런 구조적 한계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허 연구위원은 또 정부·공급자·수요자가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이면서 정책·인허가 논리와 사업 추진 논리, 공급 구조와 생활 수요 사이 괴리가 커졌다고 봤다. 현재의 주택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단절의 결과라는 것이다.

허 연구위원은 “지금의 주택 문제는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정책과 시장, 수요와 공급 간 연결이 끊어진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수도권 핵심 지역의 경우 각종 규제 중첩과 비용 상승으로 인허가에서 공급으로 이어지는 공급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환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인허가 대비 착공률은 74.9%에 그쳤다. 허가는 나도 실제 삽을 뜨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공급 병목의 원인으로는 공사비 분쟁과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 다층적·분절적 심의 구조가 지목됐다. 이에 따라 주택정책의 무게중심도 인허가 실적 관리에서 벗어나 인허가-착공-준공-입주를 연계하는 파이프라인 기반 관리 체계로 옮겨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공급 정책을 허가 중심이 아닌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실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아울러 시장도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방은 또 다른 의미의 공급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됐다. 지난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4398가구로 늘었고 저축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도 2022년 4분기 2.74%에서 지난해 1분기 17.96%로 급증했다. 수도권 과열 억제에 맞춘 획일적 금융규제가 지방 시장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도시정비 분야에서도 공급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병목이 지목됐다. 이태희 연구위원은 정비계획 수립에 통상 2.5년 이상이 걸리고 공공임대주택 인수가격이 건설원가 대비 30~60% 수준에 머무는 점이 사업 지연과 갈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의 과도한 임대주택 요구 역시 조합 내부 갈등을 유발해 사업 지연을 낳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공공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와 공공기여 방식의 다변화·유연화, AI 기반 인센티브 시뮬레이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이날 개별 대책보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놨다. 특히 실거주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관계부처가 주택시장 전반의 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통화·금융·세제·공급을 아울러 주택시장 게임의 룰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계층 이동의 희망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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