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흑자 방어 총력…"韓 기업 대규모 투자로 美 제조업 부흥 기여 설득할 것"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제조업 공급과잉'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전의 관세 수준(15%)을 복원하기 위한 미국의 예견된 수순이라고 평가하며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미(對美) 협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산업부 기자단과 가진 화상 백브리핑에서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 8시 미 무역대표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라 제조업 부문의 구조적 과잉생산이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베트남 등 16개국이다. 미국 측은 해당 국가들에 공식 협의를 요청해 온 상태이며 우리 정부와 업계는 내달 15일까지 서면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올해 5월 초부터는 관련 공청회가 수차례 개최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이번 301조 조사의 배경이 '위헌 판결 이전의 관세 수준 복원'에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대법원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법·무효 판결로 관세 공백이 생기자 미국 정부가 무역법 122조와 301조를 우회 수단으로 동원해 기존 합의 수준(15%)을 되살리려 한다는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통해 미국 기업의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미 USTR가 조사 후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항이다. 무역법 122조는 비상 상황 시 미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간 최대 1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여 본부장은 "301조는 일반적인 경우 수개월의 사전 조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4~5개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장 발동이 가능한 122조를 활용해 글로벌 10% 관세를 우선 매긴 것"이라며 "올해 7월 중순 301조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를 통해 개별 국가에 위헌 판결 이전 수준의 관세율을 매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이 타깃이 된 단독 조사가 아닌 글로벌 구조적 요인에 대한 조사인 만큼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는 최근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제조업 투자를 단행하면서 중간재나 부품 수출이 동반 상승한 결과"라며 "이러한 투자가 궁극적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통계와 논리로 적극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 본부장은 조만간 전 세계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강제노동' 관련 301조 추가 조사 개시도 예고돼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쿠팡의 영업비밀 유출 의혹이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등 디지털 규제 이슈와 이번 301조 조사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하순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언급했던 '한국에 대한 25% 추가 관세'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 상무부 확인 결과 관보 게재 등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며 "이번 301조 조사를 통한 관세 복원과는 별개의 이슈"라고 일축했다.
끝으로 그는 "미국 301조 조사는 산업부가 계속 협상을 해오며 예상된 수순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익 수호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