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데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됐다. 인구 감소를 곧 수요 감소로 볼 순 없기 때문이다. 한 집에 대가족이 살던 과거와 달리 1~2인 가구가 늘면서 필요한 주택 수 자체가 늘었고 주거 공간 크기에 대한 기준도 점점 높아졌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는 오히려 사람들을 핵심지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한 골목만 돌아도 편의점과 병원이 있지만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는 편의시설의 밀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전체 인구가 줄수록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구 규모를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많은 도시가 유령화되고, 인프라는 점점 더 중심지로 모인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서울 핵심지 집값이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이 공식이 흔들리는 듯한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했기 때문이다. 강남 3구는 100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대표적인 고가 주택 지역인 용산 역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수억원씩 호가를 낮춘 매물이 급매 형태로 나오는 상황이다.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강남 3구와 용산의 가격이 내려가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영향은 다른 방식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강남의 일자리와 학군, 교통 등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그대로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살기를 원한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수요 자체가 그대로기에 정책 효과가 다한 뒤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거나 가격이 다시 튀어 오르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강남 집값을 잡았다고 안심하기보단 지금의 결과가 또 다른 불균형의 시작인지에 대해 보다 냉정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