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 등 밤사이 쏟아지는 대외 변수에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장전·장후 거래의 영향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규장보다 한 시간 먼저 열리는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과 장 종료 뒤 애프터마켓의 가격 신호가 다음 거래일 정규장까지 흔드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한국거래소(KRX) 정규장 종가가 하루 가격 형성의 최종 기준점 역할을 했지만, 복수거래소 체제에서는 장전·장후에 형성된 추가 가격이 다음 날 투자심리의 선행지표처럼 작동하고 있다. 거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경쟁 체제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처음으로 국내 증시를 타격한 이달 3일 장세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거래소 정규장 마감 후 NXT에서 더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는 3일 KRX 종가가 19만5100원이었지만 NXT 종가는 18만6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정규장 기준 하락률은 9.88%였지만 NXT 기준 낙폭은 14.09%로 더 커졌다. SK하이닉스도 KRX 종가는 93만9000원으로 11.50% 내렸으나 NXT 종가는 89만7000원으로 15.46% 급락했다.
장 마감 뒤 한 번 더 낮아진 가격이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기준점 자체가 아래로 이동한 셈이다. 문제는 이 장후 가격 신호가 단순한 일시적 왜곡이 아니라 다음 날 실제 폭락의 전조처럼 작동했다는 점이다. 4일 코스피 12%대 대폭락의 트리거 중 하나가 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KRX종가) 대비 11.74%, SK하이닉스 9.58%, 현대차 15.80%, LG에너지솔루션 11.58% 등 기록적인 폭락세를 연출했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패닉셀링 국면이 극대화하면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사태로 인한 두 번째 급락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6일 KRX 기준 1.77% 하락이었지만 NXT 종가는 3.03%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정규장에서 1.81%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한 뒤, NXT에서 2.87% 하락으로 하루를 마쳤다. 현대차는 KRX에선 0.91% 반등했지만 애프터마켓에선 0.91% 하락으로 방향이 엇갈렸다. 기아 역시 KRX는 0.36% 상승했지만 NXT는 보합에 그쳤다. 이는 주말 간 국제 정세 급변으로 찾아온 9일 블랙 먼데이에서 주가가 더 크게 요동치는 단초로 작용했다.
NXT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에서도 폭락장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달 평균은 11.70%인데 폭락 국면인 3일 15.27%로 가장 높았고, 4일 12.82%로 두드러졌다.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4일 17조7510억원으로 평소보다 2배가량 늘었다. 애프터마켓 거래대금 역시 3일 29조4040억원, 4일 30조8290억원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올해 1~2월 NXT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5000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 상승이다.
프리마켓 거래대금이 NXT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일 29.80%, 5일 24.61%, 6일 27.36%, 9일 29.72%에 달했다. 밤사이 해외 변수와 지정학 리스크, 미국 정치권 발언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정규장 개장 전 가격 탐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읽힌다. 정보 반영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인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공포와 기대가 얇은 유동성 구간에서 더 크게 증폭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나지 않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우려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넥스트레이드의 시스템적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KRX와 NXT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에서 동일 종목의 호가와 체결이 분산돼 거래량이 얇은 구간 가격 괴리가 쉽게 보이고 있다. 특히 코스닥 종목은 2% 이상 괴리율이 나타나고, 코스피에서도 1% 넘는 괴리율이 관측된다. 투자자가 기대한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 간 차이가 벌어지면 거래 편의성 개선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오히려 체감 불안으로 돌아올 수 있다.
변동성 완화 대책의 부족도 꾸준히 지적되는 요소다. 넥스트레이드는 직전 체결가 대비 3~6% 변동 시 2분간 매매를 정지하는 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만 시행하고 있다. 하반기 주가가 10% 이상 급변하면 2분간 거래를 멈추는 정적 VI를 도입하고 동적·정적 VI 발동 시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9월경 정적 VI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 우려됐던 부분들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