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원대 GAST공학대학원장
한국선 장비… 파손 땐 개인 변상
기술 인력·R&D 인프라도 태부족

지난달 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드론 전시회 ‘드론쇼 코리아(DSK 2026)’를 참관했다. 수많은 업체가 화려한 첨단 기체를 선보이며 성황을 이뤘다. 부스마다 방문객이 넘쳤고, 각종 멀티콥터와 고정익 드론이 미래 전장의 주역처럼 전시됐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드론 산업의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필자의 현장 관찰에 따르면, 전시된 군용 드론 중 정부 R&D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해 실제 군 납품을 진행 중인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상당수는 아직 성능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지표도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K-드론 산업의 수출경쟁력 분석’(2025년 11월)에 따르면, 한국 드론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0.48%에 불과해 덴마크·태국보다도 낮은 세계 20위 수준이다. 국내 시장 구조는 더 심각하다. 현재 약 4,994개 업체가 난립해 있으며,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전문 기술 인력 부족, R&D 인프라 미비, 높은 중국산 부품 의존도라는 구조적 한계까지 겹치며 상당수 기업이 만성적인 경영난에 처해 있다. 기술을 키울 여력도, 버틸 체력도 부족한 것이 오늘날 한국 드론 산업의 민낯이다.
이처럼 국내 현실이 정체돼 있는 동안, 글로벌 전장에서 드론은 이미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전력이 됐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전통적인 화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전장을 지배하는 주력 수단이 됐다. 드론으로 적 전차를 정밀 타격하고, 드론으로 전선을 감시하며, 드론으로 보급로를 차단한다.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이 저가형 드론을 집중 운용해 전세를 단숨에 뒤집으며, 저비용·고효율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수십억짜리 방공 시스템이 수백만 원짜리 드론에 무력화되는 장면은 기존 방산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이제 드론은 현대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IT 강국이자 방산 수출 확대를 국가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에서, 왜 드론의 군사적 실용화는 이토록 더딘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 문제 중 하나는 군의 제도적 경직성에 있다.
현행 한국군 체계에서 드론은 총탄·포탄 같은 소모품이 아니라,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장비’로 분류된다. 이 탓에 훈련이나 작전 중 드론이 추락·파손되면 운용자 개인이 변상 책임을 지는 불합리한 구조가 발생한다. 실전적 환경에서 과감히 운용하고 실패로부터 전술을 발전시켜야 할 무기체계가 행정적 책임 구조에 묶여 있는 것이다. 파손 시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야전 지휘관과 병사들이 드론을 적극 활용하며 창의적 전술을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드론은 훈련장에 나오는 날보다 창고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아지는 역설이 벌어진다. 전술과 기술은 반복적인 실전형 훈련을 통해 함께 발전한다. 드론을 아끼다 보면, 운용 경험도 쌓이지 않고, 민간 기업이 군의 실제 수요를 파악할 기회도 사라진다.
미국은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미 국방부는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를 통해 저가·대량의 자율 무인기 전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물량 우위에 대응하기 위해, 잃어도 부담이 없는 저가 드론을 소모품처럼 대량 운용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이다. 이스라엘 역시 ‘하롭(Harop)’ 같은 배회 탄약을 탄약 개념으로 운용하며 실전에서 효과를 검증해 왔다. 드론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나라들이 이미 전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도 이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소형·저가의 전술용 드론을 탄약에 준하는 ‘소모성 자산’으로 제도적으로 재분류하고, 야전 부대의 실전 훈련에 가해진 제약을 풀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군 내부에 지속적인 소모와 충원의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영세한 규모와 적자 생존의 경계에 선 민간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군의 수요가 산업의 체력을 키우고, 산업의 기술력이 다시 군의 전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민간 기술이 있더라도, 군이 ‘고가 장비 보존’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면 한국 드론 산업의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시장에서 빛나던 드론들이 실전의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군은 이제 드론을 아껴두는 장비가 아닌, 전장에서 아낌없이 투입하는 ‘미래형 탄약’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