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선거 앞둔 트럼프 물가 잡기 부담
일부 연준 위원은 금리 인상 주장

지난 2월 말 한동안 불안감을 자아내던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이 현실화되었다. 전쟁 발발 이후 금융 시장은 미국-이란 전쟁의 지속 기간에 대해 고민하며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전쟁이 단기에 마무리될 경우 지난 해 미국의 대이란 폭격 이후 중동 지역 불안으로 흔들리던 금융 시장이 크게 반등했던 것처럼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 발발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장기간 전쟁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현실화된다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금융 시장의 충격도 예상보다 커지기 때문에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전쟁 장기화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핵심 인사들의 코멘트에 따라 금융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하루 하루의 변동성을 차치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미국 서민 경제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단어가 어떤 물건을 살 때의 감당 가능한 능력을 의미하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이다. 미국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미국 내 생필품 및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생활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부각시키는 단어인데,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미국 서민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어포더빌리티 이슈로 대변되는 생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바, 미국 정부에게도 큰 부담 요인으로 보인다.
또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의 상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고민을 심화시킨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수꾼으로서의 본분을 생각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여전히 남아있는 미국 내 물가 불안이다. 러-우 전쟁 당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9%대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한 이후 빠르게 하향 안정되었지만 4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로는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물가 목표를 넘는 불안한 상황의 지속은 연준을 불편하게 하는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핵심인 관세의 효과가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에 물가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다면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가정한 연준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실제 연내 2~3차례로 예상되던 연준의 금리 인하 확률은 1차례 정도로 낮춰져 있으며 연준 내에서는 인하 및 동결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 역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위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제한된다면 혹은 되려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은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상당한 재정 적자 및 국가 부채 문제를 안고 있는데, 재정 적자의 상당 부분은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에 기인한다. 고금리 장기화는 미국의 부채 문제를 자극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쟁 비용까지 커지게 된다면 미국의 재정 리스크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아울러 높은 재정 부담은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재정 부양의 발목을 잡고, 높은 물가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제약하면서 통화 정책 지원까지 어렵게 하는 바, 미국의 강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이슈라도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에 따라 파급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국가 부채 증가, 어포더빌리티 이슈 확산의 상황에서 불거지는 유가 상승이 미치는 충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