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예고한 HMM ‘빨간불’

이달 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첫 적용 사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 노조법의 첫 판단이 어떤 업종과 방식으로 등장하느냐에 따라 향후 노사 갈등의 양상과 법 해석의 방향이 사실상 가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교섭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어느 수준까지 제한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첫 판례’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과 노조 모두가 향후 대응 전략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 및 산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10일 시행되면 첫 적용사례는 다음달 중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최근 “하청 노조에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가 공고하는 과정을 거치면 4월 중순에는 중노위나 지방노동위에서 첫 사건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는 자동차 업계가 거론된다. 완성차 산업은 원청과 다수 협력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이고 복합적인 하청 구조를 갖고 있어 노사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해 온 업종으로 꼽힌다. 다수의 협력사와 비정규직 인력이 얽혀 있는 구조적 특성상 노란봉투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가장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하청 노조들은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13개 원청 기업에 집단 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경기지부 현대차 남양비정규직지회 등 4개 노조가 참여해 교섭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회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갈등이 표면화되거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후 법적·행정적 절차로 넘어가며 노란봉투법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완성차 업체”라며 “법이 시행되면 천여 곳에 달하는 협력사와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HMM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HMM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실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첫 총파업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파업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요건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HMM 노조의 파업 부담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의 파업으로 회사에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근로자에게 직접적으로 묻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10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경영진과 상생 경영을 주제로 간담회를 여는 날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정책실장, 경제성장수석, 재정경제부‧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 장관, 대기업 10여 곳 및 협력사 경영진 등 36명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주재한다. 기업 측에서는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 LG전자, 한화오션, 네이버 등 임원진이 배석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참석한 기업인들은 현장의 생생한 협력 사례를 소개하고 상생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