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로 확보한 공공기여 규모가 누적 10조원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도심·동남권에 쏠렸던 사전협상 민간개발 구조를 손질해, 현금 공공기여 비중을 최대 70%까지 늘리고 이를 강북권에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09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5000㎡ 이상 대규모 부지 개발 때 민간과 공공이 협상으로 도시계획을 바꾸고,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기여로 환수해 왔다. 2025년 말 기준 25개 사전협상 대상 부지에서 확보가 전망되는 공공기여 규모는 약 10조708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은 약 2조5000억원으로 25%, 도로·건축물·시설개선 등 설치 제공 방식은 약 7조5000억원으로 75%를 차지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사전협상제도 비활성화 권역 지원과 현금 공공기여 확대다. 시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아 제도 활용이 저조했던 동북·서북·서남권 등에 대해 공공기여율을 최대 50% 이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조례 범위 안에서 비주거 비율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단일 소유자만 가능했던 사전협상 대상자 요건도 다수 소유까지 확대한다. 협상조정협의회를 통해 사업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운영도 병행한다.
실제 사전협상은 사업성이 높은 도심·동남권에 집중돼 왔다. 현재까지 추진된 총 25개소 중 16개소가 이들 권역에 몰렸고, 공공기여 규모 역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이런 편중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사전협상제도가 균형발전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상반기 중 비활성화 권역 선도사업을 공모 방식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공모에 뽑히면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 요건을 완화하고 공공기여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초기 진입장벽을 낮춘다. 사전 컨설팅부터 협상, 심의까지 빠르게 진행하는 패스트트랙도 적용해 민간개발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제도 운영 이후의 관리 체계도 손본다. 준공 뒤 관리주체가 분산되며 나타나는 공유지 사유화, 공공보행통로 폐쇄 문제를 막기 위해 ‘사전협상형 타운매니지먼트’를 제도화한다. 디자인혁신형 사전협상에는 협약 단계부터 설계의도 구현을 의무화해 설계·심의·시공 전 과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위원회 간 사전협의와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 과정에서의 이견, 계획 왜곡, 사업 지연도 줄인다는 구상이다.
관광·고령화 수요 대응을 위한 인센티브도 담겼다. 관광숙박시설을 도입하면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을 준용해 용적률을 최대 1.3배까지 완화하고, 관광숙박·노인복지시설 도입 비율에 따라 공공기여율은 증가용적률의 10분의 6에서 최대 10분의 4까지 낮춰 적용한다.
서울시는 특히 동남권 등 기반시설이 충분한 지역에선 필수 시설을 제외한 기부채납을 최소화하고, 현금 공공기여 비중을 기존 30%에서 최대 70%까지 확대해 강북권으로 전략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발표한 ‘다시, 강북전성시대 2.0’과 연계해 강남권 개발이익을 강북권 기반시설과 생활SOC 확충 재원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현재 사전협상제도는 준공 3개소, 착공 2개소, 결정고시 7개소, 협상완료 6개소, 협상진행 중 3개소, 대상지 선정 4개소 등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 입체복합개발과 서울숲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은 도시관리계획 결정고시를 마쳐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한다. 올해 초 사전협상에 들어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는 도시·건축·교통 등 분야별 검토와 협상조정협의회가 진행 중이다. 서초 롯데칠성, 동여의도 주차장부지, LG전자연구소, 옛 노량진수산시장도 올해 협상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롯데칠성, LG전자연구소 등 핵심 대상지의 현금 공공기여가 확대되면 2037년까지 연평균 약 1600억원의 안정적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확보 재원은 도로·공원·대중교통 등 기반시설과 생활SOC에 우선 투입된다. 영동대로 지하복합환승센터,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공공예산 투입을 줄이는 재원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서울시 설명이다.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는 과거 특혜 시비가 잦았던 대규모 부지 개발 행정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발했다. 이후 국토계획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 공공기여 활용 범위의 서울 전역 확대 등 제도 보완을 거치며 전국 28개 지자체로 확산됐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통해 상한용적률 인센티브 등 추가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상지 선정 절차를 통합·간소화해 선정까지 걸리는 기간도 3개월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김용학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재원 확보‧규제 혁신‧운영 체계를 아우르는 이번 사전협상제도 손질을 통해 강‧남북 균형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추진 중인 사업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공공‧민간‧주민이 다 함께 윈윈윈(Win-Win-Win)하는 좋은 개발 ‘사전협상제도’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