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현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반면, 중국 소비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022년 5월 이후 줄곧 중립(100포인트) 이하인 상태로 최근에도 여전히 90포인트 선에 머문다.
BYD의 올 1월 신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반토막, 전년 대비 30% 급감했다. 2020년 이후 중국이 내세운 쌍순환은 내수와 수출 등 대외시장이 서로 밀어주는 구조를 말하지만, 지금까지는 수출과 수출품 생산을 위한 투자라는 바퀴만 맹렬히 돌아가는 형국이다. 한쪽을 바라보면 중국의 힘이 무섭지만, 다른 쪽에선 비틀거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작년보다 0.5%포인트 낮은 4.5%로 전망하고 경제 회복을 위해 가계 소비 회복을 위한 정책,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니 결국 믿을 것은 수출뿐이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은 저마진 가격으로 물량을 밀어붙이는 성격이 강하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수익성 제약으로 재투자 여력이 약해지고, 이후 투자·수출이 다시 보조금에 기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IMF는 중국 정부가 기업에 제공하는 다양한 보조금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대외순환의 엔진도 힘을 잃게 된다.
정부 보조금의 조달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이 낮은 예금 금리를 낮게 묶어 가계의 이자수익을 기업으로 이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금융억압이라고 하는데, 중국이 전통적으로 써오던 방식이다. 둘째, 지방정부가 토지 관련 수입으로 취득한 재원으로 역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셋째, 정부가 국유기업과 공동 조성한 정부유도펀드(GGFs)가 있다. 국유기업이 국내의 독점적 시장환경에서 획득한 이윤이 이 펀드의 주요 재원이다.
따져보면, 기술투자와 첨단제품 수출을 일으킨 보조금은 모두 민간 혹은 소비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이었다. 14억 인민으로부터 비교적 작은 몫을 넓게 걷어 수출기업에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기업은 ‘양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전 세계에 판매해 왔다. ‘순환’이라기보다, 중국 내 소비·가계의 몫이 상대적으로 억눌린 채 저가 수출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도에 더 가깝다.
시장경제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중국이 미중 갈등 국면을 전시(戰時)경제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하면 설명이 되는 대목이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산 없이는 세계 경제가 굴러가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야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내수가 흔들려도 생존을 위해선 기술투자와 첨단제품 수출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중국 경제의 두 얼굴이다.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중국의 공세에 맞서려면 한국도 기존의 정책 틀을 깨야 한다. 최전선에서 중국과 진검승부를 펼치는 선도 기업에는 정치적 셈법이나 과도한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권을 줘야 한다. 전장의 장수에게는 훈수보다는 믿음이 필요한 법이다. 반면,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과 산업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기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