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88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128원 오른 수준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822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883원, 전국 평균은 1811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국제 원유 가격과 직접 연동되기보다는 정유사가 수입하거나 거래하는 완제품 가격인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변동된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주요 원유 수송로가 불안해질 경우 공급 차질 우려로 정유사와 거래업체들의 재고 확보 움직임이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석유제품 거래 가격이 상승하며 국내 기름값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 역시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은 전체의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에너지 수급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단기적인 수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석유 비축량이 2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고하는 최소 90일분 비축 기준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상황에 따라 전략비축유 방출이나 유류세 조정 등 추가적인 가격 안정 조치도 검토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중동 위기 상황을 틈탄 기름값 급등 움직임에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매점매석이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이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1개월 이상 이어진 뒤 협상을 재개할 경우 올해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약 8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0.1%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p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 이어질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며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 지상군이 투입돼 과거의 '오일 쇼크' 수준의 사태로 확대될 경우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8%p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2.9%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오일 쇼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