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무기 수출 추진하는 日, 경쟁 변수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방위기업들이 핵심 안보 파트너로 자리 잡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함정과 전투기 등 주요 무기체계 수출을 계기로 협력 기반이 확대 중인 가운데, 최근 정상회담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일본이 방산 수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직후 진행한 공동 언론발표에서 국내 방산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과 방산 등 핵심 전략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9건과 시행약정 개정안 1건에도 서명했다.
이미 필리핀은 한국 방산기업과 협력 사례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유도미사일 호위함과 원해경비함(OPV) 등 총 12척의 함정을 수주했다. 일부 함정은 예정보다 앞당겨 인도되며 납기 신뢰도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지난달에도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에 OPV 1번함을 예정보다 5개월 앞당겨 인도했다.
공군 전력에서도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2014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국산 다목적 전투기 FA-50을 필리핀 수출용으로 개량한 FA-50PH 12대를 도입해 현재까지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도 방산 협력은 활발한 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공동개발국이다. 2015~2026년 8조1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KF-21의 첫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으로 KAI의 훈련용 전투기 T-50i 2대가 인도되기도 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20문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과의 첫 방산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에 국내 방산기업들은 지난달 베트남 대사관에서 열린 방산 협력 설명회에 참석해 후속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태국은 한국 방산기업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태국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4000t(톤)급 호위함 4척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2단계 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태국은 중국과 구매 계약을 체결했던 2017년 잠수함 사업에서도 한국산 도입을 막판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남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향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이 약 60년 만에 살상 무기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1967년 ‘무기수출 3원칙’을 제정한 뒤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정부는 방위장비 수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데다, 집권 자민당은 예외적인 경우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이 본격적으로 방산 수출에 나서면 한국 방산기업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방산의 기술력 면에서 잠재력이 커 수출 시장에 진출하면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미군 무기체계와 호환성도 높아 동남아 시장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등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경쟁 상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