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리스료 대부분 달러 결제 구조…환율 10원에 비용 수백억 출렁

미·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국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유가보다 환율이 더 큰 위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유를 비롯한 핵심 비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 탓에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항공사 원가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9월 항공유를 총 21억5570만달러어치 구매했다. 이를 당시 평가환율(9월 말 1402.2원)로 환산하면 약 3조221억원 규모였다.
항공유는 전량 달러로 결제된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같은 달러 금액을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대한항공의 항공유 비용은 약 216억원 증가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항공유 매입액은 10억5867만달러로 환율 10원 변동 시 약 100억원의 비용 증가가 발생한다.
최근 환율 상승 폭은 단순한 10원 단위 변동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142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대까지 급등했다.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대한항공의 항공유 비용은 약 2150억원 이상 늘어나고 아시아나항공도 약 1000억원 가까운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항공업은 구조적으로 달러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항공유뿐 아니라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해외 공항 사용료 등 주요 비용 대부분이 달러에 연동된다. 환율 상승이 지속될수록 원가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에 따른 여행 심리 위축도 항공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무 구조에서도 환율 영향은 크다.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약 48억달러로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약 480억원 규모의 외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변동할 경우 세전순이익 영향 규모가 약 4588억원에 달한다.
항공사들은 통화·이자율 스왑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환위험을 일부 헤지하고 있다. 다만 항공유와 리스료 등 필수 비용의 달러 노출을 완전히 줄이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항공사 실적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하면 연료비 절감과 노선 수익성 재점검 등 구조적인 비용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환율은 당분간 항공사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