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공급 ‘삐걱’…용산·노원·과천 주민들 “1·29 대책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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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공급대책 한 달 지났지만...핵심 후보지 3곳서 ‘정책 철회’ 요구

▲4일 용산국제업무지구 정문 앞에서 용산 국제업무지구·과천경마공원·태릉골프장 공동대응 관계자들이 모여 '1.29 부동산 정책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과천경마공원, 태릉골프장(태릉CC) 일대 주민 대표들이 정부의 ‘1·29 주택 공급 대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중앙정부·지자체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주민 반발도 조직화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4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과천경마공원, 태릉골프장 주민 및 관계자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입구에 모여 ‘1·29 부동산 졸속 대책 결사반대 공동성명’ 발표에 나섰다. 세 지역은 “핵심 부지 활용 방침이 지역사회·지자체와의 협의 없이 발표됐다”며 공동 대응을 예고했다.

주민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업무지구와 과천 경마공원, 태릉 골프장의 핵심 부지를 결정하는 데 지역 사회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와 충분한 협의도 없었고 공청회도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1·29 대책을 통한 주택 공급에 결사 반대하며, 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1·29 대책을 통해 용산 1만가구와 노원 6800가구, 과천 9800가구 등을 포함해 서울·수도권에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수요를 전면에 내세워 ‘도심 핵심부지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정작 공급 상징성이 큰 3개 후보지에서 지자체와 주민 반발이 동시에 터지면서 실행 가능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각 지자체 대표들이 나서 주민들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된 뒤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탄원서가 3000건을 넘겼고 아파트 단지 외벽 현수막 등 집단행동이 확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측 주민 대표를 맡은 김성철 용산구의회 의장은 “국제업무지구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닌 미래 성장 거점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 국가핵심 전략”이라며 “(주택 공급 대신) 글로벌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업무 상업 문화, 녹지 관광 중심으로 조성 취지에 맞게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 지역 공급에 대해 정부는 과천경마공원과 인근 방첩사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가구를 공급하되, 두 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전제로 내세웠다. 주민 측은 경마공원 이전과 대단지 조성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도시계획과 생활권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천 주민 대표를 맡은 김동진 경마공원 이전 반대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경마장 강제 이전과 98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계획은 단순한 난개발을 넘어 과천이라는 도시를 파괴하는 국가 폭력”이라며 “과천의 숨통을 끊어놓는 불리한 권력에 대해 끝까지 맞서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과천에선 반발 전선이 말 관련 산업으로도 확장됐다. 지난달 25일에는 마사회 관련 5개 노조가 과천 경마공원에서 공동 결의대회가 열렸고, 결의대회 직후 노조위원장 등이 공동 삭발을 진행하는 등 투쟁 수위도 높아졌다.

노원 태릉CC는 공급 논리와 문화유산·환경 논리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태릉CC 일대에 6800가구 공급 방침을 내걸며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세계유산영향평가 등을 거쳐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제시해 왔다. 다만 태릉CC는 문재인 정부 당시 ‘8·4 대책’을 통해 1만가구 공급이 추진됐다가 반발 속에 관련 공청회조차 열지 못한 채 표류한 전례가 있다.

이날 노원 지역 대표를 맡은 김경태 노원구의회 부의장 또한 “정부는 서울 동북권의 마지막 녹지축인 태릉 골프장 일대를 대규모 주택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겠다 한다”고 지적하며 광역 교통 대책이 부재한 점과 함께 세계 유산 보존, 생태 파괴 중단 등 이유를 들며 주택 공급 계획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이 이어질 경우 공급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에도 태릉CC 등 주민 갈등에 막혀 대규모 도심 공급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주민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막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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