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 쉼표힐링팜 대표

농업부문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0.5%. 국가 전체 성장률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995년 3.1%였던 농업의 GDP 비중은 2024년 1.2%까지 하락했다. 식량자급률은 OECD 최하위권, 곡물자급률은 22%에 머문다.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농업취업자의 70% 이상이 60세를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농업소득은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농가의 체감 소득은 정체 상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첫째, 생산성 향상이 곧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농업 기술은 분명 발전했다. 스마트팜, 정밀농업, 품종 개량, 기계화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그러나 기술 도입은 동시에 비용 상승을 동반했다. 농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은 빠르게 올랐고, 농가가 감당해야 할 고정비는 커졌다. 생산은 늘었지만, 이익은 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둘째, 가격 결정 구조의 문제다. 제조업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에 따라 가격을 책정할 수 있지만, 농업인은 가격 결정권이 거의 없다. 농산물 가격은 시장과 유통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 생산비가 오르더라도 판매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유통 단계는 복잡하고, 마진 구조는 불투명하다. 농가는 ‘가격을 받아들이는 자’로 남고, 수익성은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셋째,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 구조가 취약하다. 1차 생산에 집중된 산업 구조에서는 원물 가격 변동이 곧 수익 변동으로 이어진다. 가공·브랜딩·유통까지 통합된 고부가가치 모델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생산은 농가가, 수익은 유통과 downstream 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넷째, 정책의 초점 역시 성장보다는 안정에 맞춰져 왔다. 농정은 주로 가격 하락 보전, 재해 보상, 직불금 확대 등 ‘위기 완화’에 집중해왔다. 이는 필요하지만, 구조적 수익성 개선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다. 결과적으로 농업은 위험을 완화받았을 뿐,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성장 국가다. 그러나 농업은 그 성장의 흐름에 충분히 편승하지 못했다. 기술은 발전했고 생산량도 유지됐지만, 농가의 실질 수익성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산업은 고도화되었지만, 농업은 ‘원가 상승을 견디는 산업’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농업의 기술 혁신을 말하기 전에, 수익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지 않으면 안 된다. 가격 결정권, 유통 구조 개편, 고부가가치 전환, 소득 안전망 강화가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나 농업이 그 성장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식량안보와 지역 지속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농업의 수익성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한, 미래 농업을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기술 발전’이 아니라 ‘수익 구조 전환’을 중심에 놓아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