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폐패널·블레이드 재활용도 어려워
소비 시간대 분산하는 요금제 절실

지난 설 연휴 동안 전력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공장·사무실의 휴무와 난방 수요 감소로 전력수요는 크게 줄었는데, 맑은 날씨 덕분에 태양광 발전이 급증한 것이 문제였다. 특히 설날 오후 1시에는 발전량이 23.6GW까지 치솟은 태양광이 전국 전력 사용량의 47.4%를 공급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석탄·LNG 화력의 감발(減發)과 태양광의 출력 제한으로 어렵사리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태양광이 언제나 힘을 쓰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눈·비가 내렸던 지난 24일 오후 1시의 태양광은 고작 2.0GW의 전력을 생산해서 전체 전력수요의 2.5%를 공급했을 뿐이다. 실제로 태양광의 발전량은 하늘만 아는 일급비밀이다. 빠르게 늘어난 태양광의 간헐성·변동성이 이제는 전력 수급 체계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23년부터 시작한 ‘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에 대책 기간이 61일에서 107일로 무려 75%나 증가했다.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24시간 일정한 발전량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원전·석탄화력과 같은 기저발전의 출력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감발’과 태양광의 송전망 접속을 거부하는 ‘출력 제한’이 고작이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과 겨울철의 고질적인 문제까지 고려하면 우리의 전력 수급 체계는 연중 10개월 이상 위험하고 불안정한 비상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정전이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태양광·풍력의 전력직접거래(PPA)나 자가발전(BTM)처럼 전력거래소가 실시간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전력량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 17일에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태양광은 7GW뿐이었다. 전력 수급 체계의 엄격한 관리가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변동성·간헐성은 태양광·풍력의 태생적 한계다. 중위도에 위치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태양광·풍력 설비의 연평균 하루 가동 시간은 최대 4.5시간을 넘지 않고, 연평균 가동률은 설비용량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연평균 가동률이 높은 원전(85%)이나 석탄화력(71.5%)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낮은 수준이다. 기술이나 제도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결국 태양광·풍력은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 반도체·데이터센터·석유화학·제철에게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의 변동성·간헐성을 보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이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가격도 부담스럽고, 화재 위험성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 연한도 10년을 넘지 못한다. 정부가 다시 관심을 보이는 양수발전은 환경 파괴 문제로 이미 포기했던 기술이다.
태양광·풍력이 친환경이라는 착각도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수명이 20년인 태양광 패널과 풍력 블레이드의 제작에도 엄청난 에너지·소재가 필요하다. 더욱이 가장 값싼 소재인 유리가 주원료인 태양광 패널의 재활용도 말처럼 쉽지 않다. 작년에 발생한 태양광 폐패널이 2547톤이나 된다. 풍력 블레이드에 사용하는 FRP의 재활용도 쉽지 않다. 태양광·풍력 설비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사실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태양광·풍력을 앞세운 ‘지산지소’(地産地消)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더라도 여전히 전국적인 송전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다만 대규모 송전탑이나 해저 케이블을 이용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대신 지역에 거미줄과 같은 ‘에너지 국도·지방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분산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관리하기 위한 시설과 기술도 필요하다.
국토가 좁은 우리에게는 전력 소비의 ‘지역 분산’보다 ‘계시(季時) 분산’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의 도입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남아돌던 원전 전기의 소비를 위해 도입했던 ‘심야요금’ 제도를 기업에 대한 특혜로 오해해서 폐지해 버렸던 실수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공급 비용이 적게 들고, 대량의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에게 가정용보다 더 비싼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비정상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로 발생한 한전의 적자를 죄 없는 기업에게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의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