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물류 거점의 변신⋯서부트럭터미널, ‘도심형 복합단지’ 재편 [서울 복합개발 리포트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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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1.94조⋯2030년 준공
풀필먼트 갖춘 도심형 물류 거점
990가구에 업무ㆍ체육시설 결합
복합개발인 만큼 안전관리 필수
교통 문제ㆍ자금 조달도 풀어야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사업 부지. (천상우 1000tkddn@)

양천구 신정로를 따라 걷다 보면 왕복 8차선 대로변에 높게 둘러친 펜스 너머로 넓은 공터가 눈에 들어온다. 1979년 문을 연 서부트럭터미널 부지다. 시설 노후화와 도시 경관 문제까지 겹치며 ‘도심 속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따라붙었던 이곳은 몇 년 후면 서울 서남권의 도시 구조를 다시 그리는 대형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서부트럭터미널은 한때 서남권 화물 운송의 관문이었다. 전국을 오가는 트럭이 집결하던 대표 물류 거점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위상은 빠르게 달라졌다. 수도권 물류 체계가 외곽 대형센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터미널 기능이 축소됐고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물류 거점이 자리한 특성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몇 블록만 벗어나면 목동 일대 아파트 숲과 상권이 펼쳐지는 입지에서 트럭 출입과 소음·교통 혼잡 우려는 상시 민원 요인이 됐다. 주변이 주거와 상업시설로 채워지는 동안 터미널은 과거 산업시설의 흔적처럼 남았고 노후 기반시설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서울시가 꺼내든 해법은 ‘도시첨단물류단지’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도심 내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물류 관련 시설을 랜드마크 복합단지로 재정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15년 12월 물류시설법 개정과 함께 도입했다. 이후 2016년 6월 국토교통부가 시범단지로서 서울지역 3곳을 포함해 총 6곳을 지정했다.

다만 전례가 거의 없는 제도형 개발인 만큼 추진은 한동안 더뎠다.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 기간이 여러 차례 조정됐고 준공 목표도 뒤로 밀려왔다. 서부트럭터미널은 시범지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뒤 실제 사업 추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부지는 ‘개발 예정지’라는 이름만 남긴 채 정체돼 있었고 인근에서는 기대와 피로감이 교차했다.

그러나 시범단지 도입 10년 만에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기공식을 연 데 이어 실시계획 승인 고시를 마쳤다. 이후 12월 복합시설용지, 올해 1월 지원시설용지 개발사업이 각각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양천구청의 사업계획승인과 건축허가 절차가 진행 단계에 있으며 올해 하반기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정동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개발 얘기는 늘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니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며 “그래도 최근 들어 절차가 돌아간다니 이번에는 진짜 뭔가 달라질까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서부트럭터미널 부지 내부. (천상우 1000tkddn@)

지하는 물류, 지상은 주거…입체 복합단지로 탈바꿈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의 방향은 단순 재건축이 아니라 입체화다. 현재 평면으로 펼쳐진 터미널 부지를 수직 구조로 전환해 지하는 물류 기능을 집약하고 지상은 주거와 업무, 생활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용지 성격에 따라 규모와 층수가 다르게 설계됐다. 물류 기능을 중심으로 한 복합시설용지는 지하 7층·지상 15층 규모로 계획됐다. 주거와 업무 기능이 들어서는 지원시설용지는 지하 5층·지상 25층, 최고 77.4m 규모로 조성된다. 총사업비는 1조9400억원 규모다.

지하에는 자동화 기반 스마트 물류시설이 조성된다. 단순 보관창고가 아니라 입고부터 분류·피킹·포장·출고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풀필먼트 기능을 갖춘 도심형 물류 거점이다. 신선식품을 위한 콜드체인 설비와 소형 화주를 위한 공유 물류공간도 포함된다. 기존 터미널 기능 역시 지하로 재배치해 운영을 이어가고, 물류 차량은 지하로 바로 진출입하도록 설계해 지상부와 동선을 분리한다.

지상부 지원시설용지에는 공동주택 990가구(공공임대 98가구)와 약 1만6000㎡ 규모의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주거시설은 중소형 위주로 계획돼 실수요 중심의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무시설은 물류·유통 관련 기업이나 스타트업 수요를 염두에 둔 공간으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공기여 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신정체육센터(1만7050㎡)와 창업지원센터(5421㎡)가 대표적이다. 체육센터에는 수영장과 다목적 체육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창업지원센터는 청년·소상공인 창업 공간으로 활용된다. 단지 내부 시설이 지역과 단절되지 않도록 개방형 구조로 계획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거시설과 관련해선 삼성물산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시행사인 서부티엔디는 2024년 12월 삼성물산과 신정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주거시설 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대안 설계와 프리컨스트럭션서비스(PCS·Pre Construction Service)를 비롯해 향후 본공사 및 분양컨설팅까지 포괄하는 협력을 약속했다.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확보할 경우 ‘래미안’ 브랜드 아파트가 서울 서부권 도시첨단물류단지에 처음으로 들어서게 된다. 서부티엔디는 올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신정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주거시설의 대안 설계 및 PCS 서비스를 수행 중”이라며 “서부티엔디와 본공사, 분양컨설팅 업무를 포함해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주거 공존, 교통·동선 관리가 승부처

사업은 본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물류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인 만큼 물류·주거·상업 기능이 한 단지 안에서 충돌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하고 준공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체감될 부분은 교통이다. 물류 차량의 지하 진출입 구조가 계획돼 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주거 공간과 마찰 없이 기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세부 관리 방안이 요구된다.

서울시는 단지 주변 도로를 구간별로 확장하고 오리로 북단 단절도로를 신설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배송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 차량 흐름을 어떻게 통제할지, 생활권과 맞닿은 도로의 교통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완화할지에 따라 주민 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

주거와 물류 기능의 공존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하에 물류시설을 배치하고 동선을 분리하는 기본 구상은 제시됐지만 층간 진동·소음 차단과 보안·안전 관리 체계가 어느 수준으로 구현되는지에 따라 주거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다.

총사업비가 2조원가량 되는 대형 복합개발인 만큼,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도 관건이다. 단계별 자금 집행 계획과 금융 조달 구조가 안정적으로 마련돼야 공정도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조달 일정과 조건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지속 점검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터미널 부지 재개발은 도시 기능 회복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공사비와 금융 여건 등을 고려한 신중한 사업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지원시설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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