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SSD '쌍끌이 호황'… IT 초과수요에 수출 29% 급증
국제 유가 하락에 원유 수입액 11.4% 감소…완벽한 '황금 교차'
트럼프 출범 후 美-이란 군사 충돌 본격화…'유가 급등' 뇌관으로
김정관 장관 "대외 불확실성 확대…중동발 리스크 차단·지원 총력"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155억 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은 반도체와 컴퓨터(SSD)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든든한 '수입원' 역할을 한 데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덩치가 큰 에너지 수입 비용이 크게 줄어든 '지출 절감' 효과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최근 본격화된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국제 유가를 다시 자극할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역대급 흑자 기조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55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5억5000만달러 증가한 수치로, 무역 통계 집계 이래 전 기간을 통틀어 월 기준 역대 최대 흑자 규모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부터 1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사상 최대의 흑자 비결은 압도적인 수출 성과에 있다.
지난달 전체 수출은 전년대비 29.0% 증가한 6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초과 수요가 발생한 정보기술(IT) 품목이 펄펄 날았다. 반도체 수출은 160.8% 급증한 251억6000만달러를 거둬들이며 전 기간 월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기업용 서버 수요에 힘입은 컴퓨터(SSD) 수출 역시 221.6% 폭증한 25억6000만달러로 역대 2월 중 1위에 올랐다.
비용 측면에서는 국제 유가 안정에 따른 '수입 절감' 효과가 주효했다.
지난달 전체 수입액은 519억4000만달러로 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바이유 가격이 작년 2월 배럴당 77.9달러에서 올해 2월 68.4달러로 떨어지며 원유 도입 단가가 하락했고, 그 결과 전체 원유 수입액은 54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4%나 감소했다.
고부가가치 IT 품목의 수출 단가는 치솟고 덩치가 큰 원자재 수입 단가는 하락하는 황금 교차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장밋빛 흑자 행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격화된 미국과 이란 간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향후 무역수지에 직격탄을 날릴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장 호재로 작용했던 '저유가 기조'가 흔들릴 위기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막히고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원유 수송로가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유가 급등은 고스란히 에너지 수입액 폭증으로 이어져 간신히 쌓아 올린 무역수지 흑자 폭을 빠르게 갉아먹게 된다. 아울러 전쟁 여파로 인한 글로벌 물류 차질과 주요 수입국들의 소비 심리 위축 역시 우리 수출 전반에 대형 악재다.
정부도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으로 우리 수출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입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