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 2%…메모리 쏠림 지적
“국내 레퍼런스 없인 글로벌 진출 불가능”

김 회장은 지난달 27일 판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효율 중심의 글로벌 분업 체계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의 영역으로 전환됐다”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정부에 △산업통상자원부 내 시스템반도체 전담 조직 신설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내 협회 참여 확대 △국산 시스템반도체 채택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 세 가지 정책을 공식 건의했다. 국내 레퍼런스 확보 없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시스템반도체 전담 조직 신설이다. 현재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 체계에서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정책이 동일한 틀 안에서 다뤄지고 있어, 설계(IP)·팹리스·인력 정책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메모리와 구조가 전혀 다른 시스템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전담 ‘과(課)’ 단위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내 팹리스 산업의 참여 확대도 요구했다. 현재 특위 논의가 대규모 제조 인프라와 설비 투자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설계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협회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설계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의 공식 참여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 시스템반도체가 실제 시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관문인 ‘국내 레퍼런스’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트 기업이 국산 팹리스 제품을 채택할 경우 정책적·재정적 혜택을 제공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회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한국의 점유율은 약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60~70%를 확보하고 있어 산업 구조의 불균형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협회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 상위 20대 팹리스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이 10곳, 중국 4곳, 대만 3곳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1곳에 그치고 있다. 설계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중심 지원 구조의 한계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정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는 팹리스 산업의 저변을 넓히기 어렵다”며 “대만처럼 중소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설계·제조 밀착형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제3판교 테크노밸리를 팹리스 특화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및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협력해 약 1만 평 규모의 팹리스 전용 공간을 확보하고, 모빌리티·로봇 등 AI 응용 분야 기업들이 집적되는 설계·검증·상용화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분양 시점은 2029~2030년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제조 생태계에서 소부장이 공급자 역할을 하듯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팹리스가 공급자, 세트기업이 수요자로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 반도체의 마지막 퍼즐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완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