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차질 빚어도 가격 급등 가능성
한국, 원유 70% 중동 의존…물가·무역수지 ‘직격탄’ 우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약 1670만 배럴의 원유와 콘덴세이트가 이곳을 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이란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물량 대부분이 이 수로를 통해 아시아·유럽·미국으로 향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전 세계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공습 직후 이란 반관영 매체는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라고 보도했고, 일부 선박은 통항 금지 무선 교신을 수신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은 항로를 바꾸거나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운항 차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에너지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수일 이상 완전 봉쇄가 이어지는 경우다. 원유 분석업체 클레플러의 무유 쉬 선임 애널리스트는 앞서 “이란이 해협을 하루만 막아도 유가는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습 이전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7달러 수준이었다.
해협은 길이 약 161km, 가장 좁은 곳의 폭은 34km에 불과하다. 선박 항로는 편도 약 3km로 제한돼 있어 기뢰 부설, 미사일 공격, 소형 고속정 교란, GPS 교란 등 다양한 위협에 취약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긴장 고조 당시에도 수천 척의 선박이 위치정보 교란을 겪었다.
다만 이란이 완전 봉쇄에 나설 경우 자국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이란 역시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해협 차단은 중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주요 산유국들의 우회 능력은 제한적이다. 사우디는 홍해로 연결되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을 우회 수송할 수 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오만만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으로 하루 15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은 대체 경로가 사실상 없다. 이라크 북부 송유관은 일부 물량만 처리 가능해 대부분의 수출은 여전히 바스라 항을 거쳐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과거에도 위기는 반복됐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전쟁’이 벌어졌고, 2019년에는 미국 주도의 해상안보연합이 결성됐다. 최근에는 홍해 남부가 더 큰 위협 지역으로 부상했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호르무즈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로서는 서방 해군의 호위 아래 제한적 통항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제한적으로 공급이 유지되겠지만 운송 지연과 보험료 상승, 지정학적 프리미엄 확대는 불가피하다.
결국 시장의 방향은 봉쇄가 ‘위협’에 그칠지, 실제 물리적 차단으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단 하루의 봉쇄만으로도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한 번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UAE·쿠웨이트산 원유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웃돌 경우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이 급증하고,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다시 둔화될 수 있고, 원화 약세 압력까지 겹치면 거시경제 전반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여부와 에너지 수급 점검도 주요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