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탈중국 배터리’ 가속…K-배터리 반사이익 기대 [보호무역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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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HARGE·232조 관세 카드…중국산 배터리 정조준
EU 산업가속화법 예고…‘탈중국 공급망’ 가속
현지 생산 거점 마련한 K-배터리 유리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글로벌 배터리 지형이 재편될 전망이다. 공급망 안보와 역내 산업 보호를 내세운 ‘탈중국 배터리’ 기조가 본격화하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그레그 스튜브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입을 금지하는 ‘유해한 적대적 재충전 및 발전 에너지 대응법(CHARGE)’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포함된 ESS 장비가 중국 기업이거나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기업의 기술로 제작됐을 경우 수입을 차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미 중국산 ESS 배터리는 40%대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 내 점유율이 높아 추가적인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60일 이내에 수입 금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또 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5만달러(약 3억5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돼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배터리를 포함한 6개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조항은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별도의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담고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원자재와 자동차 등에 적용한 전례가 있으며, 관세율과 적용 기간에 법정 상한이 없어 고율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추가 관세 검토가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를 노린 조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중국산 제품을 견제하는 움직임은 유럽연합(EU)에서도 감지된다. EU는 조만간 산업가속화법(IAA)을 공개하고 배터리, 태양광 산업 등의 역내 생산 확대를 지원하면서 역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 중국산 배터리는 보조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의 규제가 병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급증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1년 71%에서 지난해 35%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중국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60%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유럽이 정책적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규제하면 상황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적용 중인 관세에 추가 관세나 수입 금지 조치까지 현실화하면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령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북미에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해 수혜가 기대된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에 한창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미트라켐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으며,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연산 5만4000t(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에 동박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북미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ESS는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이라며 “안전성·품질 기준과 현지 생산 요건 등에서 중국산 제품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 분명한 만큼, 비중국산 중심의 공급망이 형성된다면 국내 업체들에 실질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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