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kg 아이 약값이 수백”…희귀 간 질환 인식·치료 환경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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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코리아, ‘세계 희귀 질환의 날’ 기념 사내행사 개최…환아 보호자들 경험 청취

▲입센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타워 사무실에서 ‘희귀 간 질환 환자 목소리를 잇다’를 주제로 기념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임직원들 및 환우회측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희귀 간 질환 치료 환경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들은 진단 지연, 치료 옵션 부족, 경제적 부담은 물론 사회적 시선으로 일상에 타격을 입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산정특례 등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온다.

25일 입센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타워 사무실에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KORD)와 함께 매년 2월 마지막 날인 ‘세계 희귀 질환의 날’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희귀 간 질환 환자 목소리를 잇다’를 주제로 토의했다. 행사에는 환자의 부모로서 환우회 활동을 진행 중인 패널들이 참석해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

지방질을 섭취하면 간에서 담즙이 생성돼 담낭(쓸개)에 저장됐다가 분비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담즙이 정체되면 간세포가 손상되고 혈중 담즙산 농도가 높아져 극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피로가 증가해 일상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기전으로 발병하는 진행성 가족성 간 내 담즙정체증(PFIC), 담도폐쇄증(BA),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등 희귀 간 질환은 증상 발견과 진단하기 어렵다. 국내에는 입센의 PFIC 치료제 ‘빌베이’와 PBC치료제 ‘아이커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도입된 상태다. BA의 경우 빌베이가 적응증을 허가받기 위해 3상을 진행 중이며, 수술 이외에는 치료 옵션이 없다.

국내 환자들이 놓인 치료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질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환자들이 질환을 드러내기 꺼리는 분위기다. 김지수 PFIC 환우회 대표는 “아이가 갑자기 흰색 대변을 봐서, 이런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담도폐쇄증 정보가 나왔다”라며 “아이를 들쳐업고 응급실에 가서 증상을 말하려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연히 간 응급실에서 한 달이 넘게 입원을 하고, 진단명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아이의 피부색이 너무 노래서 어딜 가든 주목을 너무 많이 받았다”라며 “부모는 아이를 숨기거나, 늘 피부색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으며 일상이 무너졌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피부색으로 인해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취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라며 “이 질환에 대해 더 알리고, 진단을 받은 환자의 부모들이 절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환우회 활동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아이는 지난해 11월 간이식 수술을 받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했다. 김 대표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 다양한 질병에 더욱 취약해지며, 물이나 음식 섭취도 제한된다”라며 “앞으로 또 간 이식을 받게 되는 일이 일어날까 두려움이 크고, 간 이식으로 장애 등급을 받아 평생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입센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타워 사무실에서 ‘희귀 간 질환 환자 목소리를 잇다’를 주제로 기념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왼쪽부터)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김지수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환우회 대표, 권구영 입센코리아 희귀 질환 메디컬 어드바이저(Medical Advisor) 이사가 발언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가정 전체가 경제적 위기로 흔들리기도 한다. 김 대표의 아이는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빌베이를 처방받았지만, 약의 가격은 수백만원에 달했다. 김 대표는 “우리 아이의 체중이 9kg밖에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환아들은 면역력 저하로 감염에 취약해 상급병실을 혼자 사용해야 하고, 아이를 간병하기 위해 부모가 일을 그만둬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크다”라고 했다.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담도폐쇄증 환우회장)은 “약값을 제외하고도 의료 이외의 비용이 상당히 다양하게 소모된다”라며 “이 때문에 산정특례 제도에서 ‘본인 부담 10%’라는 비율은 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적게 느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담도폐쇄증은 카사이 수술이나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는데, 수술만으론 해결되지 않으며, 성장 과정에서 여러 합병증이 생긴다”라며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집을 파는 가정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치료되고, 이식 수술로 인해 환자의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약물치료가 충분히 고려되는 방식으로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권구영 입센코리아 희귀 질환 메디컬 어드바이저(Medical Advisor) 이사는 “담즙 정체성 희귀 간 질환들은 주로 서구권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에서도 점차 많은 환자가 확인되고 있다”라며 “희귀질환 진단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증상을 관리하며 평생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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