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와도 아파트 비중 작고 매수세 실종 우려”

정부가 다주택자 압박 수위를 기존 주택담보대출로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주택 시장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대출 만기 연장을 막아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명의 물량은 매물 출회가 많지 않을 수 있고, 임대사업자 물량은 주로 비아파트여서 시장이 원하는 매물과 엇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주택자들의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일부 상환하도록 하거나 연장을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신규 대출 차단을 넘어 이미 보유 중인 대출까지 압박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0%가 적용되고 있어 만기연장까지 막히면 사실상 ‘대출 회수’ 효과가 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또한 정부 방침에 맞춰 정책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개인·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만기 연장 제한이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자극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만기 시점에 현금 상환이나 대환이 막히면 결국 매각 외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은 당장 연장이 안 되고 여윳돈이 없으면 결국 팔아야 한다”라며 “이번 조치는 세금보다도 다주택자에게 더 결정적인 제도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우선 규제 대상이 되는 개인 명의 주담대 물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개인 명의 대출은 통상 30~40년 만기의 분할상환 구조가 많아 만기 연장 이슈가 크지 않아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규제 대상 물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규제 예고는 심리적 압박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임대사업자 물량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3~5년 만기 뒤 1년 단위로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 연장 제한이 실제 매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물량이 곧바로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대사업자 보유 물량 상당수가 오피스텔이나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에 몰려 있어 실제 출회 물량과 시장이 원하는 매물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매물 중 아파트 비중은 높지 않다”며 “실제 아파트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소형 오피스텔과 같이 보통 사람들이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범주 밖의 자산은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수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가 많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 IAU 교수)은 “무주택자가 매물을 거둬야 하는 구조인데 대출 규제 때문에 특히 강남·한강벨트 같은 핵심지에서 나오는 고가 매물은 거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거래 제약까지 겹치면 매수자 자금 조달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부작용 우려도 있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매로 전환되면 임대차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대출 연장 제한으로 급매가 늘 경우 역전세나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서울 임대차 매물은 이날 기준 3만3474건으로 올해 1월 1일(4만4424건) 대비 24.7% 감소했다.
심 위원은 “임대사업자 매물의 85%는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몰려 있는데, 이쪽에서 대출 만기가 됐을 때 회수가 이뤄진다면 더욱 치명적”이라며 “대출을 더 이상 안 해주면 파산이 늘 수 있고, 이는 전세금 반환 불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괄 차단보다 단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처음부터 일괄적으로 대출 연장을 막기보다는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당장 상환이 어려운 차주뿐 아니라 임차인 등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정책 예고와 준비 기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