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DDP 헐고, 79층 삼표부지 쟁탈전…'네 탓' 난무 서울 랜드마크 [표심이 띄운 랜드마크의 명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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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DDP 해체' 1호 공약에 오세훈 반박
삼표부지 79층 개발 놓고 오세훈·정원오 공방
감사의 정원 공사중지·태릉CC 이중잣대 논란
6·3 선거까지 랜드마크 공방 더 커질 전망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모습 (사진=뉴시스)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시민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 랜드마크가 선거용 도구로 소비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6·3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유력 후보들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성수 삼표부지, 광화문 '감사의 정원' 등을 놓고 치적 선점과 상대 흠집 내기를 이어가면서다. 선거까지 상당 기간이 남은 만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공간들이 정치적 공세의 무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0억 DDP 헐어라" vs "흑자 랜드마크 왜 허무나”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 2차 회의 및 광역단체장 후보자 면접에서 서울시장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배 의원,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주민·박홍근·전현희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뉴시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쟁점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건설비 5000억원이 투입된 DDP다. 전현희 의원은 이달 2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DDP 해체 및 7만석 서울돔 건립'을 1호 공약으로 내걸며 DDP를 "유령도시처럼 상권을 죽게 만든 전시성 행정의 대표 사례"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은 "논쟁 덕분에 서울시민이 DDP를 랜드마크로 인정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맞받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DDP는 12년간 누적 방문객 1억2600만명을 기록했고 2023년 흑자 전환 이후 지난해 재정자립도 104%를 달성했다. 인근 상권의 카드매출은 2022년 7124억원에서 2024년 8941억원으로 25.5% 늘었고 외국인 매출도 같은 기간 149억원에서 976억원으로 6.5배 급증했다.

전 의원은 "매출 비교 시점이 코로나 최악기인 2022년이라 통계 왜곡"이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해체 시 매몰비용만 수천억원인 데다 2027년 9월 세계디자인기구(WDO) 총회가 DDP에서 열릴 예정"이라며 신중론이 제기됐다.


79층 삼표부지, "누구 공인가" 치적 쟁탈전

▲정원오 성동구청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고 79층 주거동·53층 업무동, 공공기여 약 6054억원 규모의 성수 삼표부지 개발을 둘러싼 기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연말 착공해 2032년 준공이 목표다.

오 시장은 이달 3일 현장을 찾아 "일머리 있는 시장과 구청장이었다면 더 빨리 진척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2008~2009년 사전협상제를 도입해 삼표부지에 처음 적용을 검토했다"며 "당시 구상대로 협상했다면 약 2조원의 공공기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전임 시장 탓만 하는 이중적 태도"라며 "2015년 삼표 폐수 무단방류 사건 직후 내가 협상을 주도했다"고 반발했다. 오 시장은 1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무대를 만들었다면 정원오는 그 위에서 춤춘 것"이라며 공적 귀속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광화문 '감사의 정원', 공사중지에 "저항권 행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유엔 참전국 후손 교류캠프'에 참가 중인 6·25전쟁 참전국 후손들에게 '감사의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광장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행정 마찰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6·25 참전 22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사업으로 7m 높이 '받들어총' 형상 조형물 22개와 지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다.

국토부는 9일 국토계획법·도로법 위반을 확인하고 공사중지를 사전통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필요한 절차를 다 밟지 않은 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민주당 정권이 동의 못할 사업이니 절차적 하자를 찾아낸 것"이라며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이에 전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불법 조형물 즉각 철거하라. 민주주의 상징 공간을 군사병영처럼 만드는 뉴라이트식 전시행정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태릉CC·세운지구 "이중잣대" 논란도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 주택 공급 대책에 포함된 태릉CC 부지(6800호)와 종묘 인접 세운지구 재개발 간 이중잣대 논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 시장은 "태릉CC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포함된 반면 세운지구는 범위 밖"이라며 "세운이 안 되면 태릉은 더더욱 안 된다"고 기준 정리를 요구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앞 고층 개발의 경관 훼손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구청장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둘 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합리적 조정안을 도출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선거 구도가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랜드마크 공방의 범위는 넓어지고 강도는 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형 개발 청사진이 쏟아질수록 일대 부동산 시장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성수동 주요 단지 시세는 초고층 개발 논의가 본격화된 뒤 수년 새 수배로 뛰었고 DDP 착공 전후에도 인근 상가 경매 낙찰가율이 단기간에 급등한 바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랜드마크는 정치인이 나서서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선거전에 활용된 재료들이 진짜 랜드마크로 남을지도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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