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공약에 평당 2억 넘어

서울 성수동 아파트값이 '평당 2억원' 시대에 진입했다. 최고 79층 초고층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서울시의 랜드마크 구상이 제시된 이후 실제 착공은 요원한 상황에서도 초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정치권의 개발 기대감이 집값을 과도하게 끌어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면적 159㎡는 지난해 2월 135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기록해 성수동 '평당 2억원' 돌파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동일 면적이 117억원에 거래되며 초고가 흐름을 유지했다. 인근 대장주 단지인 '트리마제' 역시 올해 1월 전용 84.82㎡(33층)가 57억 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성수동의 본격적인 개발 논의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성수동 일대 53만㎡를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최고 50층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2011년 박원순 전 시장 취임과 함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으나 2021년 오 시장 재선 이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24년 1월이었다. 서울시가 성수1지구 정비계획 변경안에서 높이 규제를 전면 폐지하며 70층 이상 초고층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현재 성수4지구는 77층, 성수1지구는 79층 건립안을 두고 조합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에는 최고 79층 규모의 주거동과 54층 높이의 업무 복합동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개발 기대감 속에 성수동 아파트 가격은 2010년대 초반 전용 84㎡ 기준 3억~4억원 수준에서 2020년대 들어 15억~20억원대로 올라섰다. 약 10년 사이 가격이 네 배가량 뛴 것이다. 2017년 입주한 트리마제의 분양가는 3.3㎡당 3200만~48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평당 1억 원 안팎이다. 2020년 입주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역시 분양 당시 3.3㎡당 4750만원에서 현재는 2억원을 넘어서며 신흥 부촌의 랜드마크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성수동 일대 A 공인중개사는 "성수동은 갤러리아 포레, 트리마제 등 고급 주거지가 들어서면서 원래도 현금 부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곳"이라며 "무신사, 크래프톤 같은 기업들도 들어오는 상황에서 79층 랜드마크나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 같은 대형 청사진이 쏟아지니 실현 시기와 관계없이 값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성수동 초고층 랜드마크는 선출직 단체장의 임기 내에는 사실상 첫 삽조차 뜨기 어려운 '장기전'이라는 점이다. 성수1지구는 정비계획 변경 이후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으며, 성수2지구는 조합장 선출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다. 성수3지구 역시 조합 집행부 재선출 절차가 진행되는 등 성수전략정비구역 전반의 사업 속도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착공까지 최소 3~5년, 입주까지는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표레미콘 부지의 초고층 빌딩도 2033년 준공될 계획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성 과정은 이 같은 초대형 랜드마크 청사진이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요동치게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07년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함께 개발 계획이 가시화되자 경매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던 인근 신당동 패션몰 '누죤'의 낙찰가율은 한 달 만에 23%에서 66%로 수직 상승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하루 유동인구가 15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 속에 주변 땅값과 상가 권리금이 단기간에 2~3배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했던 청사진의 현주소는 불안정하다. 완공 이후 시장(市長)이 바뀔 때마다 공간 운영 철학이 널뛰더니 최근에는 주변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멀쩡한 랜드마크를 허물자는 'DDP 해체론'까지 제기됐다. 막대한 호가 폭등을 불렀던 대형 호재가 결국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존폐마저 위협받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선거철마다 실현 가능성이나 속도와 무관하게 초대형 랜드마크 공약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청사진이 해당 지역에는 기대감을 심어주어 단기적으로 국지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할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