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조·338조 등 대체 카드 총동원 가능성도
반도체·車·철강 등 산업계 전반 긴장
환급 기대감도 절차 장벽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대체 관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국 기업들의 사업 리스크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법적 근거가 흔들린 상호관세 대신 새로운 조항을 활용한 ‘플랜B’가 가동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관세 완화가 아닌 정책 변동성 확대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국가에 대한 10% 관세를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수준인 15%로 인상하겠다”며 “몇 달의 짧은 시일 내에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가 의회의 권한을 침해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하루 만에 이를 15%로 인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주요 산업계는 관세 압박 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법원의 제동에도 미국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얼마든지 관세를 유지·강화할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원한 무역법 122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사전 조사 절차 없이 최고 15% 관세를 최장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다. 이후에는 의회 승인을 받아 기한을 연장하거나 일시 중단 후 122조를 재시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국가에 대해 최고 50%의 관세를 적용할 수 있는 관세법 338조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122조를 통해 관세 공백을 메운 뒤, 중장기적으로는 301조 조사 개시 등 다른 법적 권한을 순차적으로 가동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향후 주요국 반응 및 국내 정치 여건 등에 따라 관세정책이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품목관세 대상이던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특히 긴장하고 있다. 새로운 품목관세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거나 관세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어서다. 여기에 기술 규제와 보조금 지급 조건, 현지 생산 요구 등 비관세 압박이 병행되면 장기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배터리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장 적용받는 관세율에 변화는 없어도 향후 품목 지정이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또 여러 원산지에서 생산된 부품을 결합한 완성차 등은 향후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도 미지수다. 향후 원산지 판정과 품목 분류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50%의 고율 관세를 받아온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더욱 복잡한 셈법에 놓였다. 관세 판결 이후 규제 강도가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체 관세가 유지되면서 체감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어 생산 전략을 쉽게 수정하기도 어렵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보다 정책 대응 능력이 수출 성과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관세 판결로 일부 국내 기업들이 그간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지만, 실제 절차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세부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국제무역법원(CIT)에서 관련 쟁점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환급 신청과 소송이 병행될 경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