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 경쟁 축은 웨어러블”…‘스마트 글라스’로 역전 노리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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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하는 모습. (달리)

빅테크들이 웨어러블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전장을 다시 짜고 있다. 대형언어모델(LLM) 경쟁이 고평준화 국면에 접어들자 ‘월드모델’ 구축을 위해 물리적 디바이스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애플은 기존 몰입형 전략을 접고 아이폰 중심의 역할 분산 구조로 방향을 틀며 아이폰 생태계를 포섭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2일 AI 업계에 따르면 빅테크 업체들이 최근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뛰어들면서 AI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애플은 AI를 탑재한 스마트 글라스를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메타는 AI 기능과 건강 관리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개발 카드를 새로 꺼내들었다. 구글은 삼성전자,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젠틀몬스터와 손잡고 AI 모델 ‘제미나이’를 적용한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N50’이라는 코드명이 붙은 애플의 스마트 글라스는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이용자들은 글라스에 탑재된 마이크와 스피커, 카메라 등을 이용해 AI 음성 비서 시리를 비롯해 주변 환경 기반 작업 수행, 사진 촬영, 전화 통화 등을 할 수 있다.

메타는 ‘말리부2’라는 내부 코드명이 달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내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메타 AI를 탑재해 사용자의 심박수, 활동량 등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개인형 건강 비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하드웨어와 생태계에서 강점을 보이는 애플의 접근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 프로’가 ‘올인원’ 기기를 지향했다면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글라스는 아이폰과의 연동을 전제로 역할을 분산하는 구조다. 글라스를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주력 기기로 키우기보다 기존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략 축을 옮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그동안 애플은 UX에 집중해 왔지만 AI 성능이 급격히 고도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번에 애플이 AI를 성공적으로 글라스에 접목한 경우 ‘에어팟 모먼트’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가 없이는 AI가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애플이 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탄탄한 생태계와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충성 고객층, 높은 하드웨어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외부 AI 모델과 하드웨어의 통합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거나 카메라 상시 탑재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시장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기술적 완성도에서 우위를 점하면 단기간에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처럼 빅테크가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에 다시 뛰어드는 배경에는 LLM 경쟁의 한계가 자리한다. 텍스트를 넘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이 새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학습하는 디바이스를 선점해야 장기적으로 AI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를 탑재한 웨어러블은 단순 주변기기가 아니라 ‘피지컬 AI’의 데이터 수집 인프라로 재해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가 향후 AI 산업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앞으로 빅테크 경쟁의 승부는 △하드웨어 △AI 기술력 △생태계 세 축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AI 경쟁의 최종 승부수는 월드모델이기 때문에 반드시 물리적 디바이스가 나와야 한다”며 “AI의 한계가 피지컬을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모달 시나리오를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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