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기' 붐 온다더니⋯차트가 증명한 하우스의 매력 [엔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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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옷 사러 갔다가 플레이리스트만 늘었어

유명 스파 브랜드 자라(ZARA) 매장은 '음악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베이스, 잘게 쪼개진 비트,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리듬이 '킥 포인트'인 힙한 선곡으로 "음악 때문에 자라에 간다"는 밈(meme)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때 흔히 '자라 스타일'로 떠올리는 장르가 바로 하우스입니다.

이제는 이 자라 스타일(?)이 음원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클럽이나 페스티벌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장르가 K팝 한복판으로 들어온 건데요. 반복되는 베이스라인과 촘촘하게 쪼개진 리듬으로 승부하는 곡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극은 줄이고 그루브는 살린 사운드, 한 번 듣고 나면 이상하게 계속 맴돌곤 하죠. 이렇게 '하우스 붐'이 오는 걸까요?

▲그룹 에프엑스 정규 4집 '4 Walls', 뉴진스 EP 2집 'Get Up'.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지금 들어도 명곡"…변치 않는 그 감성

하우스 장르는 현대 전자음악(EDM)의 뿌리이자 DNA와도 같습니다. 단순히 '댄스 음악'으로 치부하기엔 역사적 배경과 음악적 구조가 뚜렷합니다.

하우스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시대를 풍미한 디스코 장르의 인기가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록 전문 DJ로 활동하던 스티브 달은 여기에 불을 붙이는데요. 라디오에서 해고된 이후 공개적으로 디스코를 규탄하며 '디스코 철폐 운동'을 벌였죠.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손잡고 디스코 음반을 가져온 관객에 한해 야구장 입장료를 할인해주고, 그 음반들을 경기장에서 불태우자는, 난동에 가까운 이벤트까지 진행했습니다. 부상자까지 속출한 이날은 '디스코 데몰리션 나이트(Disco Demolition Night)'라고 불리곤 합니다.

다만 디스코의 DNA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팝과 일렉트로닉, 또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로 흡수됐는데요. 특히 시카고의 전설적인 클럽 '더 웨어하우스(The Warehouse)'의 DJ였던 프랭키 너클스(Frankie Knuckles)가 기존 디스코곡들을 드럼 머신 비트와 섞어 리믹스한 게 하우스 음악의 시초로 통하죠.

하우스의 핵심은 4분의 4박자입니다. 매 마디 베이스 드럼이 강하게 찍히면서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내죠. 115에서 130 BPM, 선율의 화려한 변주보다는 특정 베이스라인이나 신시사이저 루프 반복을 통해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하는데요. 여기에 롤랜드 TR-808이나 909 같은 전설적인 드럼 머신의 사운드가 더해져 특유의 감성을 완성합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수많은 갈래로도 나뉩니다. 그 중 딥 하우스, 트로피컬 하우스, 테크 하우스, UK 개러지 등이 특히 K팝에서 사랑받곤 하는데요. 샤이니의 명곡 '뷰(View)'부터 청하 '와이 돈트 유 노우(Why Don't You Know)', 에스파 '위플래시(Whiplash)', 뉴진스의 '뉴진스(New Jeans)' 등이 각 하우스 장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뷰'는 2015년 발매됐지만 언제 들어도 세련된,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세련된 사운드의 진수로도 유명하죠. 같은 해 발매된 에프엑스(f(x))의 '포 월즈(4 Walls)' 역시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하우스 장르 히트곡입니다.

▲그룹 키키.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차트 뚫었다…2년 전 노래 역주행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키키(KiiiKiii)도 '404 (뉴 에라) (404 (New Era))'로 색다른 모습을 뽐냈습니다. 미니 2집 '델룰루 팩(Delulu Pack)'의 타이틀곡 '404 (뉴 에라)'는 UK 하우스와 개러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묵직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비트를 자랑하는데요. 여기에 키야, 이솔의 중저음 도입부로 곡 초반부터 리스너들의 귀를 홀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니멀한 딥 하우스 비트와 반복적인 루프 구조를 앞세운 이 곡은 입소문을 타고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안착했는데요. 발매 16일 만에 멜론 톱100 1위를 차지했죠. 카더가든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 화사 '굿 굿바이(Good Goodbye)', 한로로 '사랑하게 될 거야', 우즈 '드라우닝(Drowning)' 등 그간 차트 최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역주행 곡들을 제친 결과였습니다. 멜론 주간 차트(2월 9일~2월 15일)에서도 1위에 오르면서 올해 발매된 곡 중 최초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컴백한 아이들도 신곡 '모노(mono)'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변신을 꾀했는데요. '아이들'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색채를 잠시 내려놓고 몽환적인 하우스 장르를 택하며 호평받았죠.

이에 앞서 쇠맛 가득한 테크 하우스,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도 발매 직후 큰 사랑을 받았고요. 하츠투하츠 역시 '포커스(FOCUS)'로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딥하우스 매력을 떨쳤습니다.

퍼포먼스와의 케미스트리도 재미 요소인데요. 르세라핌(LE SSERAFIM)은 미니 4집 타이틀곡 '크레이지(CRAZY)'는 EDM 기반의 하우스로 보깅(Voguing) 퍼포먼스를 결합하며 신선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비트는 숏폼 챌린지와도 찰떡궁합이었죠. '크레이지'는 미국 빌보드 오피셜 싱글 톱100에서 83위, 핫100에서 76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역주행도 빼놓을 수 없죠. 과거 발매된 곡이 수년이 지나 음원 차트에 등장하는 역주행 현상은 '붐'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내일에서 기다릴게'는 2024년 4월 발매된 미니 6집 '미니소드 3: 투모로우(minisode 3: TOMORROW)'의 첫 번째 트랙인데요. 약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존재감을 빛내고 있죠. UK 스타일의 하우스 장르인 이 곡은 이달 들어 멜론 일간 차트 1000위권에 갑자기 등장, 순위를 급격히 끌어올려 18일 기준 292위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들어 하우스 기반의 곡들이 다시금 주목받는 데다가 팬들의 열정적인 영업 콘텐츠가 맞물리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낼기(내일에서 기다릴게) 붐은 온다고 했잖아" 등 벅찬 반응도 쏟아지고 있죠.

세부 장르의 전략적인 차용이 주목할 만한데요. 일례로 테크 하우스는 기계적인 비트로 팀의 강렬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UK 개러지는 쪼개진 리듬과 속도감으로 세련된 긴장감을 만들거나 딥 하우스는 몽환적이고 레트로한 감성을 더하는 등 팀 컬러에 맞춘 맞춤형 하우스를 채택하는 흐름이 두드러집니다.

이대로 하우스 붐 올까

최근 K팝에서 하우스 장르가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음악적 감수성의 변화뿐 아니라 플랫폼 환경, 글로벌 시장 전략이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 K팝의 성패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플랫폼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발매된 지 수십년이 지난 곡이 숏폼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으며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는 일도 이제는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이때 하우스 특유의 정박 비트는 영상 편집과 궁합이 좋습니다. 일정하게 찍히는 킥은 컷 분할이나 전환 효과에 직관적이고 리듬이 예측 가능해 챌린지 안무 진입 장벽도 낮죠. 일반 이용자들이 쉽게 따라 하거나 재가공하고 다시 확산시키는 구조입니다.

스트리밍 환경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음원 차트의 롱런은 반복 청취에 달려 있습니다. 강렬한 드롭 중심의 EDM은 즉각적인 쾌감은 크지만 피로도가 쌓일 수 있습니다. 반면 하우스는 미니멀한 구성과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며 반복해 듣기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는데요. 카페나 운동 등 각종 키워드와 함께 다양한 용도의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죠.

최근 가요계에선 리믹스 트랙을 여러 버전으로 발매하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하우스는 그 자체로 변주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일정한 4분의 4박자 킥과 반복적인 루프는 템포를 조정하거나 비트의 질감을 바꾸기에 수월합니다. 속도를 빠르게 한 '스페드 업(Sped Up)'이나 '슬로우드 + 리버브(Slowed + Reverb)' 버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테크노 등 다른 장르로 확장하기에도 용이하죠. 하우스는 재가공과 유통까지 쉬운 구조를 가진 장르라는 점에서, 플랫폼 시대와 궁합도 좋은 셈입니다.

결국 하우스는 힙하면서도 적은 심리적 피로도로 넓은 플랫폼과 시장에 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르로 통하는 모습인데요. 팬덤은 물론 대중, 글로벌 리스너까지 한 번에 포섭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밴드 붐'처럼 누구나 단언할 정도의 하우스 붐이 올지… 올해 가요계를 주목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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