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메타 대규모 계약
삼성·SK·마이크론 HBM4 양산 가속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루빈’의 양산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기며 조기 등판을 예고하자, 핵심 부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장에 거대한 수급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블랙웰에서 루빈으로의 급격한 세대교체가 가시화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거물들은 기존 생산 로드맵을 전면 재수정하며 주도권 선점을 위한 ‘HBM4 초속전’에 돌입했다.
19일 해외 조사업체 에버코어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아키텍처 베라루빈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빠르면 2분기 양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라루빈은 엔비디아가 선보일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으로 수십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4를 묶어 대형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용 시스템이다.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로 중국향 생산이 줄어들자, 엔비디아가 그 여력을 차세대 루빈 개발에 투입하면서 일정이 3~6개월 가량 앞당겨졌다는 해석이다.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일정이 2분기 말로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클라우드 기업들은 베라 중앙처리장치(CPU)와 루빈 GPU가 이미 생산에 들어가 테스트 및 검증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는 최근 메타에 블랙웰 GPU 수백만 개와 베라루빈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만큼 대규모로 AI를 배포하는 곳은 없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향후 루빈 플랫폼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대형 계약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플랫폼이 양산에 들어가면 HBM4 도입을 위한 주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빈 플랫폼의 본격 출하가 시작될 경우 HBM4 채택이 가속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변수도 있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범용 D램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HBM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3사는 매출과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HBM과 기존 D램 간 생산능력(캐파) 배분을 재조정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단일 HBM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루빈 플랫폼 생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특정 업체에 물량을 집중하기보다 여러 공급업체에 비중을 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루빈 플랫폼의 메모리 탑재 구조를 고려하면 수요 확대 폭은 상당하다. 1개의 베라루빈 시스템에는 루빈 GPU 72개가 사용되며, 루빈 GPU 1개당 HBM4 8개가 탑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 베라루빈 1대당 HBM4 576개가 필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HBM4 양산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HBM4 개발 및 양산 체제 구축 소식을 밝혔고, 마이크론은 이달 11일 HBM4 대량 양산과 고객 출하 개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역시 하루 차이로 HBM4 양산 출하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블랙웰 중심의 HBM3E(5세대 HBM) 체제에서 루빈 플랫폼 기반 HBM4 체제로 조기 전환할 경우, 메모리 공급사들의 양산 시계 역시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 생산을 앞두고 제조사 간 단가 협상도 본격화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단가를 약 700달러(101만4090원) 수준에서 협상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