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슬라·엔비디아 출신 결집…車-반도체 경계 무너진다
포티투닷·보스턴다이내믹스·카카오모빌리티까지…AI 자율주행 인력 전면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인력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와 AI 칩 설계 역량이 미래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완성차·빅테크·반도체 기업 간 인재 쟁탈전이 본격화했다. 기술 격차보다 인력 격차가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한국 AI 반도체 인재를 공개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이 특정 국가를 지목해 반도체 인력을 구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자율주행용 자체 칩과 AI 학습 인프라를 동시에 강화하는 상황에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함께 갖춘 한국 인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초 테슬라와 엔비디아 출신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박사를 영입해 첨단차량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초기 멤버이자 엔비디아 자율주행 인지 기술 조직 출신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분야 3~20년 경력 개발자 50여 명도 한 번에 채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테슬라 부사장 출신 밀란 코박도 그룹 기술 고문이자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전략을 재정비했다. 그는 테슬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총괄한 인물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피지컬 AI 부문을 신설하고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에서 자율주행 핵심 기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진규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피지컬 AI 부문장(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완성차와 빅테크, 반도체 기업 간 인재의 교차 이동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구조도 변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AI 차량 경쟁은 단순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소프트웨어+반도체 통합’ 국면에 진입했다. 차량용 시스템온칩(SoC)과 AI 가속기 설계 역량이 완성차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면서 칩 설계 인력 확보가 곧 기술 주도권과 직결되는 구조다. 전동화 플랫폼 위에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얹는 방식에서 벗어나 차량 설계 단계부터 반도체 아키텍처를 내재화하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되면서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의 중요성도 커졌다. 메모리 강국인 한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시스템 설계 인력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국내 인재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칩과 자율주행 기술의 경쟁은 결국 사람의 경쟁”이라며 “반도체 설계 인력과 차량용 AI 인력을 얼마나 선점하느냐에 따라 미래차 패권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