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달군 한ㆍ중 방산 경쟁…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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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중동 '총출동'에도…거세진 중국 공세
인프라·기술 협력 등 조건 경쟁↑
중동 수주전 승부는 ‘기술력·외교력’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2017년 태국은 중국산 잠수함(위안급 S26T 모델) 3척 도입을 결정했다. 해당 사업에서는 한국·독일·러시아·스웨덴·프랑스 등이 경쟁했고 태국 해군은 한국산 도입을 막판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중국이었다. 중국이 잠수함 3척을 사실상 2척 가격에 주겠다는 ‘2+1’ 제안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태국 잠수함 사업에서 발생했던 공격적인 방산 세일즈가 올해 중동 방산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세계방산전시회(WDS) 2026’에 국내 방산·조선 업체들이 총출동했지만 중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며 중동 시장 공략 경쟁이 격화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거래 조건 경쟁에서 밀리면 태국 잠수함 사례와 비슷한 결과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조선 업체 39곳은 8~12일(현지시간) 열린 WDS 2026에 참가해 부스 운영과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며 설 연휴 직전까지 숨 가쁜 일정을 이어갔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을 필두로 국방 자립과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인 만큼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산업 협력까지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한화는 실물로 전시한 K9A1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중동 맞춤형 무기 패키지를 선보였고 LIG넥스원은 방공 중심 차세대 종합솔루션을 제안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 등 주력 기종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사우디 투자부(MISA)와 우주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대규모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SNEP II)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호위함 5척 도입 사업을 겨냥해 6000t(톤)급 함정을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두드러지면서 파격적인 제안도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총 190개 기업이 참여해 사상 최대 규모 전시관을 꾸렸다. 또 철도·항만·도로 등 인프라 구축과 무기 도입을 결합한 패키지 제안을 내세워 중동 바이어 공략에 나섰다.

서방의 전통적인 무기 강대국 업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록히드마틴 영국법인은 사우디아라비아 ERAF 인더스트리얼과 미래 지상 전투차량용 무인 포탑을 공동 개발·생산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미국 GE 에어로스페이스도 사우디아라비아 군수산업청(GAMI)과 유지·보수·정비(MRO) 및 항공 산업 기반 구축 협약을 맺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은 전 세계 무기 거래 시장의 대표적 큰손이다. 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무기 구매국 1·2위 국가로 꼽힌다. 최근에는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제조 기반이 약해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없다 보니 글로벌 방산기업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에 전시 성과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 조 단위 수출이 기대되지만 경쟁이 국가 단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번 WDS 2026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글로벌 방산기업과 28건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국내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기존 계약의 서명 행사 성격이 강했다. 추가 협력이나 수주를 위해서는 향후 외교·금융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왕정 체제가 많은 중동은 정치·외교 변수의 영향이 커 결정적 계기를 만들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물론 가장 강한 경쟁 상대로 꼽히는 중국산 무기가 신뢰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앞서 태국이 선택한 중국산 잠수함도 부품 문제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K-방산은 압도적인 가성비와 성능, 납기 이행 능력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다”며 “중국의 공격적인 세일즈는 위협적이지만 미국산 무기가 과점하던 중동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는 데에는 한국산 무기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국가들은 기존 미국 체계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중국 장비로 전환하려면 운용 체계 전반을 바꿔야 하는 부담이 있어 나토(NATO) 규격에 맞는 한국 무기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자금이 풍족한 중동 입장에서는 인프라 구축보다 무기의 성능과 기술력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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