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이 낸다”는 트럼프 주장 뒤집은 연구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신규로 부과한 관세의 90%를 미국인이 부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관세 비용을 외국이 떠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컬럼비아대 경제학자들은 이날 지난해 1~11월 트럼프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90%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관세의 귀착’ 즉 수입할 때 부과된 관세의 비용을 최종적으로 누가 부담하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작년 1~8월 기준으로는 관세 부담의 94%가 미국에 쏠렸다.
앞서 이들 연구진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관세 효과도 분석했는데, 2018~2019년 관세 역시 전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결과를 내놓았었다.
수입품이 미국에 들어올 때, 공식 수입자는 대개 미국 기업이며, 이들은 먼저 미국 정부에 관세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수입업자는 판매 가격을 인상하거나 공급업체와 계약 조건을 재협상함으로써 이 비용을 다른 주체에게 전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관세 비용이 외국 공급업체에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외국 기업들이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관세 옹호 기고문에서 “데이터에 따르면 관세의 부담 즉 ‘귀착‘은 미국이 아닌 해외 생산자와 중개업체, 특히 외국 대기업에 압도적으로 전가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과잉 생산 능력으로 인해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관세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미국 전역의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어왔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은 대체로 소비자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고도 높은 관세를 감당할 수 있었다. 일부 대기업은 거래 규모를 바탕으로 공급업체로부터 할인 조건을 받아내 관세 부담을 상쇄했다. 또한 공급망이 다변화돼 있어 관세가 낮은 국가로 생산지를 이전하기도 쉬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급감했던 중국의 미국 수입 점유율은 지난해 더 떨어진 대신 멕시코와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며 그 빈자리를 메웠다.
또 많은 대기업은 관세 발효 이전에 재고를 대량 확보해 가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일부 기업은 향후 유리한 무역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익률 감소도 감수했다.
반면 중소기업에는 관세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외국 공급업체와 유리한 조건을 협상할 힘이 부족했다. 마진이 낮은 구조 탓에 추가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 어려워, 일부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폐업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관세의 충격은 많은 경제학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작았다. 일부 수입품 가격은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가 폭등하지는 않았다. 가격 인상이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누가 관세의 타격을 입는지는 앞으로 변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관세 부과 전 재고를 소진하며 일부 선적을 늦췄고, 이를 통해 관세 비용 지불을 미루며 추가 관세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결정을 유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축분이 바닥나면 회피는 더 이상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뉴욕 연은 연구진은 연말로 갈수록 외국 공급업체가 관세 비용의 일부를 더 부담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계약 재협상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1월 기준으로도 관세 비용의 86%는 여전히 미국에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수입품의 평균 관세율은 2.6%에서 13%로 상승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 수출품에 관세를 적용한 4월과 5월에 급등했다. 이 결과 관세로 인해 미국의 수입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11% 상승한 것으로 연구에서 추정됐다.
앞서 독일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관세로 인한 비용의 96%를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떠안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는 지난달 19일 '미국의 자책골: 관세는 누가 내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총액 4조달러(약 5895조원)에 달하는 무역 데이터 2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수출업체가 흡수한 관세 비용은 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96%는 미국 구매자에게 전가됐고 교역량이 줄었지만 수출 가격이 떨어지지도 않았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